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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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외수님의 글을 읽으면 나는 유쾌해 진다.  간지러운 곳만을 골라내어 삭삭 긁어주시는 그 분의 글에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외수님의 글을 읽으면 나는 상쾌해 진다.  그 분의 글과 만나는 시간 동안만은 평소의 소심한 나는 사라지고 대담한 나의 모습과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수님의 글을 읽으면 나는 통쾌해 진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말, 입속에서만 맴 돌던 말을 그 분의 글 속에서 발견했을 때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의식 속에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 유쾌, 상쾌, 통쾌, 한마디로 시원하다.

 

2.

하악하악, 숨이 턱까지 찼을 때 사람에게서 나는 소리 같다.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면 숨이 턱까지 차서 하악하악 거친 숨소리가 저절로 나오리라.  다른 사람들보다 한발자국 뒤쳐져 앞선 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정신없이 달렸을 때 하악하악 거친 숨소리를 낼 수밖에 없으리라.  이도저도 아니면 쫓아오는 누군가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을 때 하악하악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나는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소리이기를 바란다.  그래, 내게 하악하악은 타인을 따라잡기 위해 내는 소리도 아니며 타인에게 쫓겨 도망갈 때 내는 소리도 아니다.  내게 하악하악은 타인의 시선, 주위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살 때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3.

'이외수의 생존법'이란 부제가 달려있는 <하악하악>은 쩐다, 캐안습, 흠좀무 등 따로 뜻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짤막한 글들로 한 권을 채우고 있는 이 책은 하나의 맥락으로 이을 수 없다.  이 책은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쓴 글을 꺼내어 읽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인지 가볍게 쓴 글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결코 단순하게 쉽고 가벼운 글로 치부할 수는 없다.  촌철살인의 유머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정곡을 찔러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이외수님 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성 넘친다.  글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이외수님의 삶의 방식 역시 그러하다.  유쾌, 상쾌, 통쾌하다.

 

4.

이 책은 사실적으로 그려진 민물고기들이 볼거리이다.  중간 중간에 조금 징그럽다싶은 물고기도 등장한다.  그러나 낯선 민물고기들의 생김새와 이름을 맞춰보다 보니 징그럽다는 느낌은 간데온데없이 사라지고 신비롭다는 느낌만 남는다.  민물고기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민물고기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어디선가에서 하악하악 거친 숨소리를 내며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유쾌하게 상쾌하게 그리고 통쾌하게 마지막까지 살아 내리라.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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