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 <쏘우 3>가 개봉했을 때, 공포영화를 즐기지는 않지만 싫어하지는 않기에 그리고 전편을 모두 보았던 터라 이번에는 또 얼마나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가까운 이와 함께 극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날 우리는 마지막 장면을 보지 못하고 극장을 나와야만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가 시작되고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무렵부터 느껴지는 메스꺼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놀란 위(胃)와 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허브차를 마시자는 의견을 나누며 발길을 돌렸다. 

나는 <쏘우 3>를 보기 얼마 전, <사일런트 힐>이란 영화를 보았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실제 지옥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본 후 한 번쯤 떠올려봄직한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상상을 절대로 하지 않을 만큼 두려움과 공포를 온 몸으로 느끼게 만드는 영상을 보며, 끔찍한 지옥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어떻게 저런 지옥의 모습을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우리는 그 날 카페에 앉아 허브차를 홀짝이면서 인간이 만들어 낸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 뿐 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더 잔인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를 - 더 많은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라고 추측할 수도 있겠으나 - 내면에 두려움과 공포를 간직하고 있는 인간이 과거보다 더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노출되는 수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과 공포에 간염되리라고 결론 내렸다.  나는 영화 <쏘우 3>와 <사일런트 힐>에서 내 능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공포와 마주쳤었다.  영화를 접하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공포는 영화로 인해 이제 내 것이 되었다.  그 시간 이후 끔찍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몇 차례 더 경험했기에 지금의 나는 그 때보다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에 둔감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러나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은 기억은 없다.  추리소설 중 주목받는 작품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에 나 자신도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다.  나는 마음속으로 '대단하다'와 '굉장하다'를 외치며 이 소설을 읽었다.  전체적인 구성이 짜임새 있어 정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정신의학과 심리학, 예술 그리고 종교 등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전개되는 스토리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찾을 수 없는 이 작품에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이 이 소설을 창작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되었음을 말한다.  그래서 혹시 살인자는 작가의 그림자가 아닐까하는 상상도 하게 만든다.  작가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두려움과 공포를 <로맨틱한 초상>에 쏟아내고 이 작품을 통해 극복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 소설은 작가의 첫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이다.  그의 또 다른 글이 궁금해도 읽을 수 없다.  아쉽고 안타깝다.  인간은 상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든다.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에로틱하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다시 보니 소름이 돋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어떤 이미지를 만들까.  지금부터 상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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