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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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

...  콘크리트와 석회와 목재는 쓰지 않는다네.

그런 것들은 새 이웃의 품위를 더럽힐 뿐

모르타르는 흐르는 세월에도 손질하지 않으면 떨어져 나가니

우리는 사랑과 존경이란 토대 위에 집을 짓는다네.

그렇게 우리 집이 완성되면 안드로메다 하이츠라 이름 지으리.

우리 집이 완성되면 안드로메다 하이츠라 이름 지으리 ...

 

 

남들 보기에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더라도, 더구나 금방 쓰러질 듯 보이는 빈집이라 하더라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그 곳에서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낀다면 그 장소가 바로 '안드로메다 하이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장소 혹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타인의 존재가 현대인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누구나 소유하고 있지는 않기에 그 소중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잃어버리기 시작한 여유와 희망, 믿음을 모두 되찾기 전까지는 마음으로 짓는 -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을 견고한 - 자신만의 왕국의 건설은 힘들지 않을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왕국 1>은 산(山)에서 조용하고 깨끗하게 생활하던 소녀가 세상으로 나오면서 겪게 되는 변화를 그리고 있다.  그녀는 과연 세상 속에 '안드로메다 하이츠'를 지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세 권으로 분리되어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왕국> 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이 첫 권은 독자가 주인공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독자 스스로 상상하여 보는 시간으로 마련해 놓은 재치 있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산에서 식물들과 소통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주인공 시즈쿠이시는 할머니만큼은 아니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은 평화로운 산에서 내려와 복잡한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잠시 흐트러지지만 금방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그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 점술가 가에데, 가에데의 후원자 가타오카, 선인장과 교류하는 신이치로를 만나면서 인간과의 소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동안 맑고 깨끗한 자연과만 소통해 오던 시즈쿠이시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면서 도심 속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간다.

 

시즈쿠이시가 각별하게 여기는 선인장들과 감정을 교류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특별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의 능력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여유와 희망과 믿음을 잃어버리는 순간부터 마음의 문이 닫혀버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도, 자연과 인간 사이의 소통도 모두 힘들어지게 된 건 아닐까. 

 

 

p35

... 에너지를 증오하는 데 함부로 써서는 안 돼.

끊임없이 가장 좋은 것을 찾도록 해라.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겸허해지도록 하고.

그리고 산에서 배운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늘 사람들을 돕도록 해라.

증오는 너의 몸 세포 하나하나까지 무차별적으로 상처를 입힐 거야 ...

 

 

요시모토 바나나는 <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에서 인간이 희망과 믿음을 가지는 게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 시즈쿠이시를 통해 그 희망과 믿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 작고 얇은 책은 그녀가 희망을 보는 데에서 이야기를 맺는다.  앞으로 그녀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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