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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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초등학생 때 까지, 그러니까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방학만 되면 이모할머니 집으로 휴가를 떠났다.  이모할머니 집의 위치는 전라북도 김제 만경강 부근이었는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전체를 그 곳에서 지냈었다.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만경에 도착하면 이모할머니 집까지는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비포장도로여서 소음은 물론 시간이 지나면 엉덩이가 아파왔다.  그런데 동생과 나는 그 덜컹거림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택시에서 내릴 때까지 계속 깔깔대며 웃던 기억이 선명하다.  바로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모할머니 집에는 엄청나게 큰 논과 밭이 있었다.  마루에서 쳐다보면 끝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여름에는 밭에서 나는 과일을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엄마가 잡아 주신 작고 귀여운 청개구리를 가지고 놀았다.  겨울에는 펑펑 내리는 눈을 싸리 빗자루로 쓸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며 놀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모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삼촌이 그 집을 팔면서 나는 다시는 그 곳을 갈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흐른 후 이모할머니 집이 헐리고 논과 밭이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내 유년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 곳, 사라져버린 그 곳을 생각하면 마음이 헛헛해져온다. 

 



이 책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은 모든 이들이 간직하고 있을 법한 추억을 되살려 낸다.  이 책에는 사라져가는 것들과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정겨운 눈길이 포함되어 있다.  저자가 느끼는 그 감정들을 독자 또한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는 바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 것이기 때문이리라.

 

우리 주위에서 사라진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 익숙한 모든 것들은 과거 우리와 함께 생활하던 장독대와 초가집 그리고 고무신, 구멍가게, 간이역 등을 밀어낸 후에 들어 선 것들이었다.  한 때는 하루라도 떨어져선 살 수 없는 관계였는데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는 건 너무 쓸쓸한 일이 아닌가.  장독대와 초가집은 시간 속에 묻혔고 우리 기억 속에서도 잊혀져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그것들과 함께했던 시절,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다시 떠오르게 만든다.  그 때가 그리워지게 만든다.  이것이 이 책과의 동행이 행복한 이유이다.   

 

저자는 단순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리움에 사무치는 게 어떤 건지 느끼게 한다.  가끔 과거 어느 순간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릴 때가 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마음은 훈훈해진다.  하지만 그 때가 너무나도 그리워 목멜 때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존재이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잊을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이제 내가 담배막을 기억하고, 죽방렴을 기억하고 있으니 그것들은 더 이상 사라져가는 것들도 아니고 잊혀져가는 것들도 아니다.  우리는 이제 하나다.

 

참고)

담배막 : 담배막이라는 이름보다는 담배건조실이란 이름으로 많이 불린다.  밭에서 거둔 담뱃잎을 새끼줄로 엮은 다음 줄줄이 매단 뒤 불을 지펴 말리는 곳이 바로 담배막이다. p68
죽방렴 : 죽방렴은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대나무 어살'이라고도 불렀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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