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
달시 웨이크필드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몇 달 전 횡단보도를 건너다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이는 걷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 남자였습니다.  버스가 정차하는 바람에 한 개의 차선만 있는 좁은 도로가 뒤따라오던 차들로 순간 정지 상태가 되었습니다.  나란히 서 있던 우리는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의 큰 덩치에 앞이 가려 반대편 차선은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횡단보도 가운데로 가까워질 때 걷는 속도를 늦추면서 반대편에서 차가 오는지를 확인하려던 찰나, 갑자기 노란 택시가 엄청난 속도로 지나갔습니다.  그 남자, 그렇지 않아도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불안하게 한 발자국씩 걷고 있었는데 택시가 지나가는 속도에 많이 놀랐는지 더욱 큰 반동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횡단보도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그이는 인도에 내려서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휴....

 

그 남자는 밑으로 내려가고, 나는 위로 올라가면서 우리는 그 곳에서 헤어졌습니다.  나는 그 날, 얼굴에 웃음을 짓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딱히 뭐가 힘들다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든 게 실망스럽고 앞으로가 불안하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위와 같은, 나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그 남자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큰 의미를 지닌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하루에 한 번 세상 밖으로 외출을 시도하면서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할까요.  그 날 만나게 될 몇 개의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이에게 내 고민을 이야기하면, 피식, 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자고 속으로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나는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용기를 얻는, 못난 사람입니다.

 

이 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는 나를 또 다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순간순간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지만 그것을 느끼는 건 그때 잠깐 뿐입니다.  금방 잊어버리고 나를 불행의 테두리에 가두곤 합니다.  이번만큼은 이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자고 다짐해 봅니다.

 

이 책은 서른세 살에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달시 웨이크필드의 1년 10개월여 간의 소소한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중에는 큰 슬픔이나 큰 감동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간혹 눈시울을 붉힐 정도라고 할까요.  그녀가 자신의 불행과 고통을 너무나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덮은 후에는 그런 그녀의 평범함이 얼마나 용기 있는 행동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삶의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보다 그녀의 짧은 생이 더 값지고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그녀는 두려움과 고통에 맞서고 그 안에서 행복과 평안함을 찾았습니다.  겉모습으로 볼 때 내가 그녀보다 행복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약 생전의 그녀를 알게 되었었다면, 나는 그녀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그녀가 나를 싫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녀를 통해 나의 건강함을 감사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는 참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긍정적인 사고의 힘을 깨닫게 하여 준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P 62  지금부터라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려고 한다.  몸에 대해 나쁜 말은 일절 하지 않겠다.  과식하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욕심도 부리지 않겠다.

 

P125  만약 내가 ALS 진단을 받기 전이었다면 나는 임신한 아이가 ALS일 경우 당연히 아이를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ALS에 걸리고 보니 지금의 나의 삶도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P166  이런 배와 보호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대체로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P172  요리를 하고 등도 긁어주고 나랑 지내려고 대륙을 횡단해 이사까지 한 남자친구도 있고, 멋진 집도 있고, 아기도 생겼고, 좋은 친구들과 가족도 있고, 아침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있는데 뭐가 어때서. (...) 옛날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됐는데 뭐가 어때서.

 

P202  외할머니는 나에게 당신이 단지 늙었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를 다르게 대한다고 말씀하셨었다.  이건 마치 내가 아주 천천히 말을 하니까 내가 답을 모르고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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