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음, 전용성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2007년 마지막에 읽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그 책은 즐겁고 기쁠 때보다 우울하고 슬플 때 찾게 됩니다.  머리가 복잡해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찾게 됩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그 책을 읽고 있으면 나에게로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요 며칠 마음이 가볍지 못했습니다.  회사만 가면 갇혀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와 하루 종일 기운이 없었습니다.  아주 가끔씩 만나는 슬럼프가 올 봄에 나를 찾아왔나봅니다.  왜 하필이면 이때야, 라며 투덜거렸습니다.  더없이 좋은 날씨와 자연, 그 안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나만 외톨이가 된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어떻게든 마음을 풀어야 하는데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때 내게 손을 내밀고 다가와 준 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 책, [마음 미술관]입니다.
 
간혹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안에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이, 적당한 그 누군가를 찾기란 힘든 일입니다.  나를 도와줄 자는 나뿐입니다.  홀로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나를 도와줄 자는 나뿐이라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혼자 있다고 생각했지만 혼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항상 이 책과 함께였습니다.  한 번 읽은 후 책장에 꽂고 뒤돌아 설 수 없었던 이유, 석 달이 넘도록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책 [마음 미술관]은 그림 하나, 그리고 그림에서 떠올린 글 하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림과 글 하나씩, 수십 장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 책에 담겨진 그림과 글은 난해하거나 딱딱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우리네 정서에 친숙한 그림과 또 그런 그림에 어울리는 단아한 문체를 가진 글이 한 권의 책 속에서 한 호흡으로 숨 쉬고 있습니다.  쉼 쉬고 있는 글들이 벌떡 일어나 때로는 나를 꾸짖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깨우쳐주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나는 반성하고 위로받으며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의 어리석음과 욕심을 바로 보게 됩니다.  내게 이런 마음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마음 미술관]은 나, 자신에게 솔직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내 앞에 벌거벗은 내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나는 묻습니다.  너는 누구냐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도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 노력했다고는 말 할 수 없습니다.  나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외치지만 정작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보다 더 아플까봐 겁이 나서요.  하지만 지금은 겁나지 않습니다.  겁이 날 때마다 내 옆에 있어줄 친구가 있으니까요.  그 친구는 나를 외면하지 않고 언제나 내 옆에 있으리란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나는 미술관에 갈 계획입니다.  마음 미술관에 가는 길은 한 번 갈 때마다 나에게로 한 걸음 가까워지는 길이지요.  [마음 미술관]으로 가는 길, 저와 함께 가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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