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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철학하다 - 인생의 사계절에 누리는 행복의 비결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양영란 옮김 / 책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표지가 예뻤다. 하얀 별과 달, 하얀 나무 가지가 까만 밤과 어우러져 서로를 부대끼며 위안하며 살아가는 것 같은 책의 표지. 행복을 철학한다는, 저자의 오랜 숙원이라는 이 책에, ‘인생의 사계절에 누리는 행복의 비결’이라는 문구에는 맘도 설렜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왜 자꾸만 행복을 좇는가에 대한 의문, 내가 부딪쳐야하는 문제들의 회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놓지 못 하며 이 책을 들었다. 책 표지와 삽화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비해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읽으려 했을 때 받은 느낌은 ‘편치 않음’이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는 ‘어차피 내가 다 아는 내용은 아닐까’하며 쉽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저 맘이 좋아지는 표지를 감상만 하다가 결국 책을 폈다. 21개의 챕터에는 각각의 주제가 담겨 있어 보였고, 꼭 앞에서부터 읽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졌다. 열여덟번째 챕터.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순서대로 읽자’였다.
‘욕망에서 권태로 : 불가능한 행복’이라는 제목의 챕터는 행복을 추구하지만 ‘역시 행복은 불가능할거야’ 생각하는 내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제목이었다. 하지만 읽고보니 책의 큰 흐름 속에서 읽지 않으면 그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겠구나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정의 내려주는 첫 번째 챕터부터, 스피노자에 대해 경탄하는 마지막 챕터까지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차분함은 잠시,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많이 바빴다. 책을 읽으며 내용을 이해하랴,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랴, 이 내용을 읽고 생각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어 사진을 찍기까지. 결국 그 걸로도 부족해 노트를 꺼냈고, 인상적인 구절과 요약만 23페이지가 나왔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온 에너지를 쓰느라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달달한 초콜릿이 생각났고, 배가 고파졌다. 한 챕터를 요약하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더듬어보는 과정 또한 힘이 많이 들었지만 정말이지, 행복했다.
이 책을 읽은 한 독자가 서평에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라고 썼다고 하는데 진짜 그 말, 그대로였다. 내가 알고자 했던 행복에 관한 모든 것이 나왔고, 스피노자로 귀결된 결론 또한 마음에 들었다.
친구가 철학을 공부할 때면 과연 재미있을까, 어렵기만 해보인다 싶었다. 고등학교 때 달달 외우며 윤리 공부를 했던 생각이 나서 왠지 철학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행복한 철학을 공부하니, 철학으로 행복했다.
이 책은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저자들의 책도 읽고 싶어졌다. 뭔가 어떤 좋은 대학 추천도서목록에 있을 법한 저자들이라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재미있을 것 같아졌다.
행복이 뭔지 알게 해주는 행복 바이블이자 행복한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좋은 철학 입문서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맘에 든 철학자를 한명 선정해 전작독서를 해보면 정말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일단 몽테뉴를 읽고 싶다.
이와 더불어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과 문학을 연결시킨 ‘감정수업’이라는 책과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스피노자가 말한 감정에 대한 심화 학습과, 행복을 제대로 정복하기 위한 이 두 책도 함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