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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활을 살다
유진 피터슨 지음, 권연경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3월
평점 :
하나님을 다시 만나는 시간
2009년 따스한 어느 날 기도원에 갔었다. 그때 하나님은 내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을 알려 주셨고, 나는 그때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하였다고 생각하고, 믿게 되었다. 신앙 생활 내내 십자가만을 묵상하던 나는 어쩌면, 그래서였는지 고난과 고통과, 아픔만을 묵상했다. 교회에서 봉사를 하면서도‘그래 이건 십자가 지는 거니까’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지금까지 반쪽짜리 신앙인으로 살아왔다는 걸 알았다. 생명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그 고통을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는 알았지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통해 생명과 주님의 은혜를 알게 하신 그 하나님은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거다.
이 책은 부활을 살아가기 위한 방식으로 안식을, 매일의 삶에서의 식사를 통한 성찬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존엄을 맞이하게 하는 거룩한 세례의식인 공동체의 화합을 강조한다. 안식과 식사, 공동체는 삶에 있어 너무나 당연한, 그리고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작업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소홀히 하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나는 이제까지 언제나 빽빽하게 일정을 짜야하고, 쉬는 날이 있으면 뭔가 어색해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일 중독자’ 같은 사람이었다. 올해는 오랫동안 교회 일을 하느라 지쳐버렸으니, 이젠 ‘안식’하며 제대로 하나님을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행인지, 올해는 교회에서도 아무 봉사도 맡지 않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도 나는 또 바쁘게만 보내고 있었다.
‘안식’을 통한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보라고 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였다. 하나님께 자리를 내어드리고, 내가 하고자는 순간에 하나님을 향한 감각으로 멈추는 것, 내가 가장 배워야 할 것이었다. ‘십자가라는 엄청난 비극과 공포와 실망은, 세상을 만드시고 영혼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이라는 보다 넓은 문맥 속에 자리 잡는다’는 구절처럼 하나님의 그 사역을 바라보며 잠잠해야겠다. 그래서 내 안에 ‘하나님을 향한 감각이 마음 깊이 뿌리내리기’를, ‘나를 넘어 존재하는 신비로움에 경이감으로 응답하는 능력을 갖기’를, ‘이해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는 것에 놀랄 줄 아는 능력을 준비하기’ 원한다.
비전문가인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무력감도, 하나님의 능력에 의지하면 되기에 내려놓고자 한다. 내가 처음 하나님을 만났던 그때에 나는 ‘십자가’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다. 기도하던 중 내 손목을 뜨겁고, 아프게 하시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지금 이 사순절에 하나님은 내게 다시 당신을 보여주신다. 나의 첫사랑을 회복케 하시고, ‘언제 하나님을 경험하셨어요?’라는 물음에 ‘2015년 사순절 기간에요.’라고 대답할 만큼 귀한 만남. 전처럼 특별하고 아프고, 놀라서 뒤집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분주했던 나의 영성 형성을 차분하게 다져갈 수 있게 그렇게 잠잠히 찾아오셨다. 이 책 ‘일상, 부활을 살다’를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