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세이

한여름 한낮, 부산에서 양 첫울음을 울었다. 쑥 자라수학 책에 근대 소설 쓱 끼워 읽는 국어 만점 이과생이되었다. 사범대학에 떡 붙은 뒤로는 내내 시를 읽었다.
졸업 후 고향에서 뚝 떨어진 서울로 와 오래도록잡지기자로 살았다. <서울사는 나무>, <숨쉬러숲으로>,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맛난 부사>,
<말문이 열리는 순간> 등 쭉 우리 숲과 우리말을다룬 여러 권의 책을 쓰고 펴냈다. 지금은 ‘이응‘이라는출판사를 열어 글 짓고 책 엮으며 때때로 씩 웃는다. - P-1

글씨 강병인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붓을 꽉 잡았다. 1990년대말부터 전통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하여 글이 가진 뜻과소리, 마음을 폭 담은 글씨를 썼다. 영화 ‘의형제‘ 드라마
‘대왕세종‘, ‘미생‘ 등의 작품명, ‘참이슬(2006)‘, ‘화요‘
등의 상표명을 글씨를 휙 써냈다. 그 덕에 대한민국디자인 공로상 은탑산업훈장을 딱 수훈(2012)하고,
한글자 글씨의 힘을 담은 책 <글씨 하나 피었네>와글씨로 된 그림 동화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만들었다. 강병인글씨연구소를 연 이후로 나날이 해웃는다. - P-1

다섯 살 아이가 다 큰 엄마를 달랜다. "울지 마. 내가 호해줄게" 이때 호의 빛깔은 붕대와 같고 온도는 체온과 같아 마냥희고 따습다. 엄마의 상처에 입김을 불 때의 아이처럼 하, 호와후는 그 온정의 길이만큼 길게 발음해야 제맛이다.
하, 호와 후는 무언가 내뿜는다는 뜻을 가졌는데, 말하기 전다소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두 볼에 더운 입김을 가득 머금은후, 입을 크게 벌리거나(하) 입술을 오므려 내밀어(호, 후원하는 자리에 소리와 함께 입김도 동그마니 내어놓아야 한다.
그 속도는 음악 용어로 치면 크레센도(Crescendo, 점점 더 세게)가 적당하다. - P-1

호가 가야 호가 온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와 유사한 말로,
상대의 상처에 입김을 불어 따듯이 대하면 상대또한 그에 상응하는 위로를 건넨다. 되로 주고말로 받는 요행을 바라기보다 먼저 선의와 호의를베풀자는 의미다. 세상만사 욕이 가면 욕이 오고,
꽃이 가면 꽃이 온다. - P-1

뽕 가면 똥 온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와 같은 뜻으로, ‘아끼다똥 된다‘와는 영 다른 뜻이다. 어떠한 일이일어나기 전에는 분명 그 기미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리 보면 뽁은 뽕의 기미이고, 뽕은 똥의 기미다.
끝내 똥이 뽕의 결과이듯 땀은 복의 기미다. - P-1

앞발이면 똑! 뒷다리면 뚝!
돌멩이를 두고 침착하다거나 바위를 두고활달하다고 표현하지 않듯 의성의태어도 대상에따라 적당한 말을 달리 써야 한다. 단 한 글자라도격에 맞게 써야 이해가 빠르고 오해가 덜하다. - P-1

어여 우유에 퐁당!
왜 양성모음인데 여린홀소리라 하고음성모음인데 센홀소리라 할까. 밝음이 세고어둠이 여리다 여겼는데 홀소리를 이를 때는그 반대라 헷갈려서 여린홀소리 중 앞선다섯 개의 홀소리(ㅓ, ㅕ, ㅜ, ㅠ, ㅔ)를 따
‘태정태세문단세‘ 식으로 만들어본 문구다.
이해가 안 될 때는 덮어 놓고 외우자는 소리다. - P-1

둥에 붙었다. 붕에 붙었다!
둥이나 붕이나 별 차이가 없는데도 제 잇속을따져가며 이 편 저편으로 가벼이 몸을 옮기는이를 나무라는 말이다. 이런 사람과는 좋은관계를 맺기 어려우니 저만치 떨어뜨려둔 채아는 둥 모르는 둥 지내야 한다. - P-1

사자리에 삭 남는다!
여기서 말하는 사(巳)는 뱀이다. 뱀이 지나가면뱀 소리가 난다는 뜻으로, 모든 사물은 저마다의용적과 지위에 따라 그 자취 또한 다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주체와 자취에는 언어의유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산하게 알리는말이다. - P-1

깩 하면 진다!
‘부러우면 진다‘라는 문장을 변형한 말로 먼저성내면 진다는 뜻을 담았다. 화는 내기는 쉽지만참기는 어렵다. 화도 화장처럼 지우는 게중요하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이 독서나 명상,
다도나 요가였다면 지금쯤 고승이 되었을 텐데하필 집필이라 시정작가가 되었는가. - P-1

쨍하고 달 뜰 날!
한마디로 오지 않을 날을 뜻한다. 달빛은 햇빛과달리 대체로 은은하고 때때로 교교하다. 그 어떤달도 쨍한 빛을 내지 않는다. 뽕밭이 푸른 바다가될 날은 기다리면 올지도 모르나, 뽕나무에버찌가 달릴 날은 영영 오지 않는다. 그처럼기적과도 같은 순간에 쓰면 알맞은 말이다. - P-1

잘 먹어도 꺽! 못 먹어도 꼭!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먹고 싸기는매한가지라는 뜻으로,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사람은 먹으면 트림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별차이가 없음을 향기롭게 알린다. 이때 꺽과 끅은실제 트림할 때처럼 실감나게 발음해야 제격이다. - P-1

맞바람에 퉤 뱉기!
‘누워서 침 뱉기‘와 유사한 뜻으로, 시도 때도없이 뱉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침을 퉤 뱉다가호되게 당할 날 오리라는 예언 같은 저주다. 실제자동차 운전석 문을 열고 퉤 뱉은 침은 멀리 가지못하고 바로 뒷좌석 유리창에 붙지 않던가. - P-1

너나 웩 하세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회식은 절대 빠져서는안 되고, 상사에게 받은 술잔은 반드시 비워야한다는 문화가 팽배했다. 요즘은 회식 대신영화나 전시 관람 등 문화 체험하는 풍토가 널리퍼졌음에도 회식 때 실컷 마셔보자는 이에게이리 속삭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 P-1

홍 하다 망한다!
뭐든 억지로 하면 탈난다. 콧물은 흐르거나고였을 때 살짝 풀어야 하는데 답답한 코막힘을해소하려 너무 세게 코를 풀다가는 자칫 코나귀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억지로흥흥거리다가는 뒤늦게 오만 물 짜내며흑흑댈 수도 있을지니. - P-1

바가지를 박박, 쪼가리를 쪽쪽!
바가지는 박의 속을 긁어내 물건을 푸거나 담는국자나 그릇 대용으로 쓰는 물건이다. 박 속을긁을 때는 흔히 ‘박박, 종이 쪼가리를 찢을 때는
‘쪽쪽‘이라 표현한다. 이처럼 대상과 그 대상을향한 행위를 이르는 언어 사이에 동일성 혹은유사성이 존재하다니 그저 신기하다. - P-1

콕을 쿡하냐?
마침 우리말 콕, 쿡과 똑같은 발음의 영단어가존재한다. 콕(coke)은 콜라의 한 상표명을 줄인말이고, 쿡(cook)은 ‘요리하다‘는 뜻이다. 영어로표현하자면 ‘Do you cook coke?‘에 해당하는 이문장은 ‘떡 찧으러 달나라에라도 갔나?"라고 할때와 비슷한 뜻으로 쓸 만하다. - P-1

쏙은 쏙 들어가고 쑥은 쑥 자라난다!
‘박을 박박 긁기‘처럼 대상과 그 대상을 표현하는의태어 사이의 절묘한 유사성을 표현한 말이다.
맘마 찾다 엄마 찾고 아파하다 아빠 찾듯닮은 말은 어쩌면 한 갈래에서 나왔을지도모른다. 닮아서 가족이 아니라 가족이라서닮은 건지도 - P-1

쌩 가다 씽 간다!
과속 금지를 유도하는 표어로 적당하며, 도로뿐아니라 일상과 인생 전반에도 적용할 만하다.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쌩 달려나간 자동차는얼마 못 가 접촉 사고를 일으키곤 한다.
조금 앞서려다 너무 앞서갈 수 있다. - P-1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람하기 딱 좋은 나인데!
나이가 어떻든 사람다워야 사람 아니겠는가.
어린이는 어린이답고, 어른은 어름답고! 점점나이가 들수록 나잇값이라는 말이 크게 다가온다.
그에 눌리지 말고 그저 사람답게 살기를 필생의업으로 삼자는 말을 흥겨운 노랫말에 기대어각색해 보았다. - P-1

물 먹다 걸리면 캥! 뇌물 먹다 걸리면 낑!
급하게 물을 먹다 사레가 들면 캥 소리 몇 번에나아지는데, 뒷생각 없이 뇌물 먹다 걸리면큰 벌을 받는다. 동네 한의사는 만날 때마다 평소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데, 물이라고 다 몸에좋은 건 아니다. 뇌물 받아 먹다가는 헛물켜기십상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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