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1931년에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소학교 입학 전 어머니,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며 1남 4녀를 두었고,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데뷔했다.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롭지만 따듯한 시선과 진실된 필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 P-1

이건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일기입니다. 훗날 활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거나 누가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같은 것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쓴 것입니다.
88년 여름, 아들을 잃었습니다. 다섯 자식 중에 하나였지만 아들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었습니다. 그 최초의 충격을 어떻게 넘기고 아직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잘 모르겠습니다. 통곡하다 지치면 설마 이런 일이 나에게정말 일어났을라구, 꿈이겠지 하는 희망으로 깜박깜박 잠이 들곤 했던 게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그런 경우에도 희망이 있다는 게 남보기엔 우스웠을지 모르지만 본인으로서는 참담의 극한이었습니다. - P-1

원태야, 원태야, 우리 원태야, 내 아들아. 이 세상에 네가없다니 그게 정말이냐? 하느님도 너무하십니다. 그 아이는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 5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 P-1

내 아들이 죽었는데도 기차가 달리고 계절이 바뀌고 아이들이 유치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까지는참아줬지만 88올림픽이 여전히 열리리라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자식이 죽었는데도 고을마다 성화가 도착했다고 잔치를 벌이고 춤들을 추는 걸 어찌 견디랴. 아아, 만일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못하게 하련만. 미친년 같은 생각을 열정적으로 해본다. - P-1

행복했을 때는 아침이 좋았는데 요샌 정반대다. 내 앞에 펼쳐진 긴긴 하루를 살아낼 생각이 지겹도록 아득하게느껴진다. 시시때때로 탈진하도록 실컷 울면 그동안이라도 시간을 주름잡을 수가 있는데 그것도 용납 안 되는 하루 동안이란 얼마나 가혹한 형벌인가. - P-1

인생은 풀과 같은 것, 들에 핀 꽃처럼 한번 피었다가도 스치는 바람결에도 이내 사라져 그 있던 자리조차 알수 없는 것.
-시편 103:15~16 - P-1

사람들은 떠나고... 그들은 정말로 사라진다.
그들의 세계는 죽은, 텅 빈 공간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매번, 당신을 떠올릴 때면,
이 끝에 대해 외치고 싶어진다. - P-1

남색 프레스토 생각이 났다. 아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하던 해 사준 소형차가 남색 프레스토였다. 그때만 해도고루한 내 상식으로는 인턴 주제에 제 차는 사치였다. 그러나 꼭두새벽에 나가 오밤중에 들어오는 고되고도 고된인턴 생활에서 출퇴근에 소모하는 시간과 체력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 그 차를 사도록 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너무 멀고 교통편도 불편한지라 그 애의 자가용만은사치품에서 제외시켜 주고 싶었다. - P-1

그러나 딸아, 그건 네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란다. 아무리 좋은 일도 그걸 못이 박힌 가슴으로 느껴야 할 때 어떠하다는 걸 네가 알 리가 없지, 또 알아서도 안 되고, 그러나 너도 손가락에 가시 같은 게 박혀본 적은 아마 있을 것이다. 가시 박힌 손가락은 건드리지 않는 게 수잖니? 이물질이 닿기만 하면 통증이 더해지니까. - P-1

에미에게 너무 잘해주려고 애쓰지 말아라. 만약 손가락끝에 가시라도 박힌 경험이 있다면 그 손가락으로는 아무리좋은 거라도, 설사 아기의 보드라운 뺨이라도 아픔을 통하지 않고는 결코 만져볼 수 없다는 걸 알 테지. 그런 손가락은안 다치려고 할수록 더욱 걸치적거린다는 것도. 못 박힌 가슴도 마찬가지란다. 오오, 제발 무관심해 다오. 스스로 견딜수 있을 때까지. - P-1

어리석은 이는 한평생을 두고어진 이를 가까이 섬길지라도 참다운 진리를 깨닫지못한다.
마치 숟가락이 국 맛을 모르듯이.
지혜로운 이는 잠깐이라도어진 이를 가까이 섬기면 곧 진리를 깨닫는다.
혀가 국 맛을 알듯이. - P-1

자연히 내 집이 제일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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