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너와 친해지고 싶어너와 보고 싶은 세계같이 느낌의 공간을 만들려고시작한 일좋아하는 마음을 멈춘 적 없어서快無한 사람이면서 여럿, 하나면서 여러 이름이있었던 사람, 언젠가 없을 사람들을 부른다나에게 많은 건 망설임이렇게 말해도 될까? 묻고 또 묻는 마음 ‘나의 집에 와서 따듯하게 데워진 언어를 마시자2025년 10월우은주 - P-1
철심 박힌 정강이 우는 밤마다 가난을 꿰맨 자리에서는 슬픔이 자라고 - P-1
티브이에서는 열병식을 마친 군대 행렬이 지나가고참치는 독재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겨드랑이를 긁는다
이러다 모두 통조림이 된다 - P-1
거울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은 이제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거울속에 사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할 테니까요 - P-1
인생의 반을 절름발이로 살았다오그가 바둑알을 놓는다다른 한쪽에도 팔을 넣으며 옷자락을 끌어올린다 - P-1
사람 닮은 의자 하나 경비실 창문을 열고 - P-1
구의역
공포를 말해 주는 사람이 없다 여름 맛이 오려고 풀의 뿌리가 운다 허리 숙인 사람들이 세로가 가로로 눕는 것을 생각할 때 낫은 단면을 떠올린다 금속의 날카로운 소리에 낫은 물관을 지나던 감각을 복기한다 풀이 고꾸라진다 사람들은 햇빛 아래서 풀 냄새를 맡는다 타인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리모컨으로 볼륨을 내리고 차례로 베이면 쓰러지는 장면을 무심하게 쳐다본다 어둠속에서 베는 것과 베인 것의 아우성이 소거되는 것을지켜본다 거기에는 여름이 멈추고 단면이 단면을 지나가는 자리를 기억한다 어떤 여름은 멈춰 흐르지 않는다 - P-1
너의 세계에 없는 것을 설명할 필요 없어요 - P-1
사과나무 구멍에서 간신히 초록 애벌레 한 마리 기어나온다 광장을 지나간 군대는 돌아오지 못하고 소년을등진 기도가 열린 것을 닫고 닫힌 것을 연다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서 지옥은 설탕처럼 달콤하다고 속삭인다 - P-1
파트라슈, 눈을 떠 보렴무거운 사랑을 팔과 다리 위에 올려놓으며여기, 이 의자에 앉으라고소년은 커다란 그릇에 흰 우유를 담으며 - P-1
벨이 울리는 동안 너는사라지지 않는 밤의 낮이다 - P-1
홍콩야자 심어 놓은 화분에서 발이 자란다휘어진 발끝이 화분을 뚫고 나오면병실 전지 한 장만 한 해를 등지고너의 발톱을 깎는다 - P-1
노래가 흘러간다나무를 벗어난 숲에서소년이 놀이터의 무표정을 내려다본다 - P-1
매일 알에서는 암컷 거북이 태어나고 무언가 쉼 없이 태어나니까. - P-1
누군가 새다 소리치지 않아도태양 가득 오후가 빛나고 있네 - P-1
버스정류장에 서서 기다리는 것이 미래라면아무 버스나 탈 수 없을 것 같다 - P-1
고장 나면 버려지도록 설정된 미래는 뜨겁고 아직 아가미는 따듯해. - P-1
*루사:최초의 인간, 1974년 에티오피아강가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 - P-1
"개는 개의 꼬리를 물지 않아."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어요. 평범한 저녁이었죠. 개는 높은 곳에서 살 수 없어요. 겨우 아파트 입구에서 짖어 댈 뿐이죠. 8층 아파트에살면 적당한 풍경을 볼 수 있거든요. 이웃에는 10층짜리 흔한 건물이 있고 틈 사이로 예전에 이모가 심은 나무가 자랐어요. 적당한 것과흔한 것 사이에서 아름드리가 될 때까지. 무작정 자라기로 했으니까요. - P-1
텅 비고 깊은 곳을 휘젓던 통증이 자라서갈비뼈 살 바르고 들어가 잠든 줄 모르고명치 끝에 닿았던 죽음이 삶을 파먹고 또 먹는다 - P-1
우산을 표현하는 감정이어느 책에는 기술되어 있다813.7-43조그맣게 + 표시를 하면서고에 보관되는 날씨 - P-1
박물관에서새에 젖은 비를 본다구부러진 새를 본다 - P-1
발끝을 보며 자랐지만기다리지 않았으니 기다리는 일을 좋아했다. - P-1
베지 못한 것이 남아종일 사랑을 한다 - P-1
나쁜 말을 하지 않아서그는 좋은 사람이 되었다이왕 이렇게 되었으니좋은 말도 하지 않았다과묵한 사람이 되자대화창을 없애고적극적으로 투명해졌다 - P-1
당신은 무너진 건물에 물을 뿌리는 사람 어둠에적셔진 잔해 속에서 신발 한 짝을 발견하는 사람 누군가를 끌어안고 여기, 사람이 있어요 소리치는 사람당신은 때로 휴일이면 꽃에 물을 주는 사람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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