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빗물을 씻어낸다 자전거를 탄다 - P-1
눈에 잘 띄는 것 아름다운 것 매혹적이고 위험한 것사랑하고 싶은 것손으로 덥석 잡아 건져올릴 수 있는 것 - P-1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느낌 - P-1
우리 사이에는 비밀이 없지만, 너의 세계에는 아주 많은비밀이 있었다. - P-1
오래된 섬광
나를 위해 여름의 뼈를 바르며 너는 울었다행운은 가장 사랑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거울을 본다 - P-1
발아래에는 버려진 것투성이다. 노동과 화폐, 가상의 신. 가스등 불, 유해한 시간. 유한한 체력, 폐기물, 아스팔트, 도료, 직선과 곡선, 걸어봐. 너는 너의 계절을 바싹 마른 수건처럼 걷어 곱게 갤 수 있다. 풋풋하게 건조된 이름에서 너는 듣는 대신 보고 있구나. 푸른 잎사귀 흔들리는 흐르는인조, 가공된, 인공의, 그러니까. 걸어. 리타. 그러면 너는어디든 지나칠 수 있다. - P-1
지금 집에 혼자 있어? 아니, 작게 말해야 돼. 혼나면 어떡해? 그럼 혼나야지...... - P-1
오래된 섬광
우리가 가진 빛은 아주 오래된 것이라 누구에게도 팔 수 없다 - P-1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 나라를 팔고, 사랑하는 사람은 죽이고, 가장 소중한 물건을 불태우며, 진심으로
살아가는 데 너무 많은 살의가 필요했다전나무와 메타세쿼이아, 측백나무, 가문비나무를 구분하게 된다고 해도
가끔은 이 도시 바깥이나 이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잊곤 한다 - P-1
아첨꾼, 묘지기, 양반, 종교인, 정원사, 연구자, 집사, 순례자, 도박꾼, 하이 롤러, 산행객, 공주, 허슬러, 필경사, 협잡꾼, 구술자, 야경원, 사서, 중개인과 광대.. 당연히 모두 내 친구다. 서로를 대신하여 죽어주기에는 겁이 많지만, 서로의 죽음을 떠올리다가 상상만으로 먼저 죽어버리고 말환하고 흐린 영혼들, 우리, - P-1
선택과 집중
겨우 사람이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허벅지에 붙여둔반창고가 덜렁거렸다 - P-1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골탕 먹이는 사랑을 - P-1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진심으로 미워할 수 있게 되겠지? - P-1
1. 헤어지기 위해 만나고, 죽기 위해 부활하는 - P-1
이런 의미에서 권누리 시 속의 아이들, 신, 유령은 모두조금씩 중첩되고 어딘지 닮아 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 그리고 종말이 곧 완결이라는 목적론적 세계의 규칙은. 이들의 세계에서 반박되고 있거나 혹은 지워져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이전 세계의 유산들은 지금 또다른 세계(놀이)의 규칙이나 동력으로 재가동되고 있다. 절대적 토대가 붕괴된 세계의 이 평평한 존재론(flat ontology)은 이 세계의전제다. 권누리의 첫 시집 『한여름 손잡기에서부터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에 내내 등장한 ‘유령‘도 이런 맥락에서읽을 수 있을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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