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정개미 일병의 모험
작은 눈은 번쩍! 번갯불도 못 알아보고
여린 귀는 우르르르 천둥소리도 못 알아듣는다
가는 다리로 더듬더듬 두 개의 더듬이에 의지하여
떡갈잎 배 꽉 잡고 용솟음치는 붉은 내를 건넌다 - P-1
그의 손은 신의 손길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온 비둘기의 마음무지개 아래 제단을 쌓고 기도를 올린 노인이벌거벗은 채 잠이 든 사이돌담 위의 시간을 새파랗게 뒤덮는다 - P-1
전력투구로도 닿을 수 없는노랑 단풍의 세계대빗자루로 쓸어버리지 못한 은행잎 너머로고향 바다가 밤낮으로 철썩거렸다 - P-1
검은 돌과 흰 돌이 소나기를 기다린다 - P-1
천년 깨달음 한 자루가 단돈 이만오천 원이라고 한다 온몸을 하얗게 닦아낸 흰 돌무더기나 새까만 몸뚱어리 반들거리는 검은 돌무더기가 모두 같은 가격에 트렁크에 실린다 백령상회 뒤울안서 선잠 자다가 문득 자루에 담긴 녀석들은 해바라기 그늘에서 나오면서도 어디든 갈 데까지 가보잔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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