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구 시인의 이번 시집 「씀바귀와 쑥부쟁이』는 시대의식을 역사성과 함께 견인하면서 사회적이고 문화적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는 시인의 시대적 체험과 기억, 그리고 언어에 합의된 인식이 시편을 형성한다. 말하자면 "겨울 잣나무와 소나무 아래"(「세한 편지) 소나무만큼 오래된 "둥근 창을 열고 있는 집 한 채‘를 바라보게한다. 그의 기억에는 ‘쪽 곧은 쪽파를 기르던 과거의 ‘흰 고무신의홍제동 어르신"을 떠올리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마모된 시간‘을 되살리면서 역사의 ‘바퀴자국이 새겨진 한치 새싹처럼 피어나고 있다.

전쟁으로 세상이 뒤집어지자 흰 고무신 신고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운동장 교단에 올라백성들이 깨어 있어야 지배자가 변한다는카랑카랑한 목소리의 한바탕 연설로써동네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무용총 안에서 호랑이 탈춤을 춘다세상에 처음 내보이는 이인무다산도 물결치며 장단을 맞춘다천년 세월이 꿈결처럼 까마득하다

상강


예쁘고 갸륵하다

곧 무서리 내리고
잣눈 내려 쌓인다는데

아침 하늘 오르며
허공에 피우는 나팔꽃

몇 발 더 내디디면
두 손에 만져질 듯

곱다, 벽옥빛 명주 하늘

개발새발 큰 붓으로 태연하게 써 내리는
무겁약 어린 행자의 참새 발자국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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