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자마자 시나리오가 쓰고 싶어졌다. 무림 종가의 비급을 손에 넣은든든한 느낌. 장미의 이름에서처럼 이 책의 책갈피에 독물이라도 묻혀놓고 싶은 심정이다. 대본이 나오면 제일 먼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라면 아마도, 이건 기고 저건 아니다. 내가 틀리면 책임지고 사표쓰겠다. 단호한 어조로 코멘트를 해줄 테지.
안판석(영화 <국경의 남쪽>, 드라마 <하얀거탑> 감독)
시나리오를 쓰건 드라마를 쓰건, 지금 이야기꾼이 되고자 하는 당신에게이보다 필요한 책이 또 있을까? 마치 세 명이 뛰는 축구경기를 보는 느낌이야 이건 뭐, 공도 없이 벌어진 야구시합 같다니까. 그리고 왜 그럴까?
무턱대고 쓴 자신의 글을 수천번 읽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둘중 하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아직 읽지 않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축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거나,
여기 마이클 티어가 전하는 스토리텔링의 비밀이 있다. 이는 아마도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당신을 연결해줄 가장 쉽고 빠른 지름길이 될것이다. 이제 축구는 축구선수들에게 맡기고, 타고난 당신의 재능 위에 2천년 이상 역사를 장악해온 스토리텔링의 비밀을 탑재하라, 티어노의 말처럼 할리우드라는 원형 경기장에 뛰어나가서도 당신은 두 팔을 벌리고이렇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덤벼, 다나와!
-박민규(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