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이 다른 죽음을 이 관이 담을 수 있을까on낭독이 모든 시를 담았다가 조금씩 흘리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피부로 머리칼로 느끼면포기가 아니라 사랑을 알게 될까예수나 부처의 제자 중에서도이름 없는 말단의 말단의 말단의 제자 된 자라도붙잡고이 몸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고 싶다-「사람의 딸」 부분

나는 나를 돕지 않을 신에게 기도한다나를 여자라고 칭하면, 조금 더 진실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까

비밀은 별건 아니고,
네 가슴속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 하고사진을 찍은 다음네 가슴속에 놓아두는 거야 그 위에 옷 더미와 휴지와 먼지가 또 쌓이겠지그게 네 가슴이고그게 내가 기꺼이 살고 싶은 네 가슴이고그게 내가 몰래 쓴 시고……………나는 어쩐지 속이 얹힌 것 같아 차가워진 손을 살살주물러본다-「네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일」 부분

김복희의 시에는 짝꿍이 되는 ‘나‘들이 있다. "이렇게 하라고/저렇게 하라고 일러주는 "보조 영혼"(「보조 영혼」)의 돌봄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나‘와 "목부터 이마까지 차있지만 나오지 않는 말도/같이 해"(「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주려고 ‘너‘의 곁을 지키는 ‘나‘, ‘너‘의 가슴을 열고들어가 서성이는 ‘나‘(「네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일)와 "

모두라는
개념에서 빠져나오기.

밤이 온다
잠이 온다
비가 온다는 표현이
표현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기.

하나의 미술관이 작품 하나의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까말할 것도 없지

어떻게 열매 가득한 형상을 무시할까아름다운 꿈을 이해하며 계속 상처받는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쌀 씻는 소리
오이를 깎는 소리
수박을 베어 무는 소리
미닫이문이 드륵드륵 닫히는 소리

딱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까
앞으로 내가 듣지 못할 것
남도 듣지 말았으면 하는 것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조용히 우는 소리
틀어놓은 텔레비전 위로
막막한 허공의 소리
손톱으로 마른 살갗을 긁는 소리
죽은 매미를 발로 밟는 소리

이것 중에 무엇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잠든 사람이 따라 하는죽은 사람의 숨소리죽은 다음에도 두피를 밀고 나오는 머리카락 소리벌려놓은 가슴을 실로 여미는 소리

복작복작한 단어가 있다. 수조, 어항, 새장, 동물원처럼물, 물고기, 새, 온갖 동물이 들어앉아 시간을 꾸리고 있을것 같은 말들. 방, 집, 관처럼 누군가의 흔적이 소란스레이야기를 흘려내고 있을 것 같은 말들. 이런 단어는 벽으로 둘러쳐진 공간만큼이나 공간의 밀도를 가늠하게 한다.
빈 어항, 빈집의 쓸쓸함처럼 낯설게 텅 비어 있지 않도록공간의 주인들을,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채우게 하면서, 때로 단어는 그 자체로 이야기를 부르고, 이야기는 언어가 되어 단어를 잇는다.

종의 차이


개구리와기린

하마와꿀풀

물과먼지

인형과거울

나와나 아닌 사람

흰 비둘기 옆에 검은 비둘기

죽은 비둘기 옆에 산 비둘기

전선 위에 가지런한 회색 분홍색 갈색 비둘기섞인 비둘기

자연발생설 유력


가시를 전부 바르면
인간처럼 보임

가시를 전부 바르면
눈부신아름답지는 않은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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