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황홀한 피조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어떤 말썽을 부려도 담쏙 끌어안고 뽀뽀해주고 싶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듯한 생명체가 고양이다. 집안에 고양이가 있으면 어찌나 웃을 일이 많은지!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사람과 한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풍부한위트로 그린 시 한 편 한 편의 상황이 눈에 선하며 마음을 간질거리게 한다. 시인은 분명 고양이를 매우 매우 사랑하고, 무척 잘아는 사람이다. 옮긴이는 많은 고양이 반려인과 캣맘에게 즐거운교감과 위로, 때로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블로그 ‘모눈종이의지붕 밑 다락방‘ 운영자이기도 한데, 사랑에 찬 그의 감각적인 번역이 시의 말맛을 한층 돋운다. 황인숙(시인)

게으름과 뻔뻔함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도, 고양이의 언어가 되면더없이 사랑스러운 말이 되어버린다. ‘물론 너를 사랑하긴 하지만, 나를 더 사랑해‘라는 그들의 새침함이 어찌나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오는지! 바쁘게 바르게 살자 결심하는 인간에게 콧방귀를 뀌며, 고양이가 끊임없이 전하고자 했던 ‘세상의 이치를 담았다. 봉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네 코를 핥는다네 코를 또 핥는다너의 눈꺼풀을 발톱으로 살짝 긁어본다오, 일어났어? 나밥좀줘

날카로운 발톱으로 네 가슴을 마구 긁어놓은건넘치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해서야네 팔을 깨물고 놓아주지 않은 건흠모하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야한밤중에 잠자는 네 목 위를 밟고 지나간 건
"안녕" 인사를 건네고 싶어서야높은 곳에서 네 가랑이 위로 뛰어내린 건네가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야계단을 내려갈 때 네 발을 걸어 넘어뜨린 건네 얼굴에 올라앉아 숨을 막을 뻔한 건내가 항상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야나는 숱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해내 사랑이 이렇게 넘쳐 흐르는데왜 가까이 가면 피하는거야?

하루는 24시간이라는데내가 깨 있는 건 세 시간뿐이야그리고 두 시간은 시간외근무야

오전 8시, 휴식 시간오전 10시, 쉬는 시간정오, 점심시간오후 3시, 낮잠 시간오후 6시, 재충전 시간오후 9시, 취침 시간자정, 잠깐 눈좀 붙일 시간새벽 4시, 네 침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소리를 지를 시간

첫 번째 목숨은 달리기 위한 것두 번째 목숨은 빤히 바라보기 위한 것세 번째 목숨은 기어오르기 위한 것네 번째 목숨은 찢고 놀기 위한 것

다섯 번째 목숨은 잠자기 위한 것여섯 번째 목숨도 잠자기 위한 것일곱 번째 목숨도 잠자기 위한 것여덟 번째 목숨도 잠자기 위하

아홉 번째 목숨은 추억을 기록하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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