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라는 건 실존의 한 양태다. 사고로 죽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죽음 바로앞의 단계가 병이다. 문병은 죽음의 세계에 한 걸음 들여놨다가 다시 삶의 세계, 일상으로 나오는 것일 테다. 간병은 어떨까. 간병은 가장 숭고한 일 중 하나지만 간병인에게는 죽음이 반쯤 일상일 테다. 죽음의 세계와 삶의 세계는 대척점에 분리된 것 같지만 실제 삶에서는 섞여 있다. 기차를 타고」에는 병이라는걸 통해서 죽음에 한 걸음 들여놨다가 죽음을 앞둔 사람을 두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슬픔과 피로와 막막함이 애처롭게 그려져 있다. 우수는 뭇 시인들의 가장 고전적인 감정이지만, 특히 박소란 시에는 기본으로 장착돼 있어독자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박소란 씨, 수상을 축하합니다!
-황인숙(시인)

박소란의 시는 시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고통스럽게 시를 쓰면서 시 쓰기가무엇인지 묻는다. 의식을 억누르고 자유의지를 옭아매는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병,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은 아무리 애써도 시가 될 수 없는상황으로 화자를 몰고 간다. 이 시 쓰기의 과정은 고통이 어떻게 시를 단련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 박소란의 시들을 주목하게 하는 것은 고통의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느끼는 감각과 정신의 치열성, 그리고 그것을 시로 단련시키는 성숙한 의지이다.
-김기택(시인·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어떤 물은 사람이 됩니다어떤 사람은 녹아 물이 되듯이

찢어진 마음으로 마음의 찢어진 자리를 친친 동여매주사람이 있었다

어떤 죽음은 함께 살기엔너무 크게 자라서야적장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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