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골똘하게 집중할 때만 가까스로 완성에 가까워진다. 향후 반복해서 상기하는 것으로써 어쩔 수 없이 변형된다. 변형된 기억은 종내 완고해진다. 섬세함은 유실되고 이데올로기가 덧입혀지기 십상이다. 좋은 소설은 기억하고 있던 것

하나의 단어는 이미 문장을 탑재한다

카프카를 만나러 가서, 카프카보다는 카프카를 기념하는 방식을 만나고 왔다.

말해야 할 것과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차갑게 구분할 때 태연스러운 어법이 탄생한다. 세상모든 생물체들을 풍경 혹은 은유로 배치하지 않을것. 내가 곧 다시 그로 탄생할 것에 대해서만 촉수가 정수리에서 뻗어 나올 때까지 가까워질 것. 이연결감을 욕망하고, 이 연결의 담당 기관이 온통육체여야 한다는 것을 긴박하게 느낄 것. 이럴 때능청스러울 정도의 태연한 태도가 발생한다는 걸잊지 말 것.

모든 것을 알려 하지 않음. 전부를 다 적으려하지 않음. 진실은 이런 방식으로만 겨우 소용스러우니까. 정작 하려던 말을 시인은 기꺼이 떠나보낸다. 진실의 텅 비어 있음과 마주할, 준비된 얼굴들을 기다리기 위해서.

시집을 읽고 나면 모든 책이 다 시시하다. 그러나 시집만 읽고 있자면 모든 시집들이 다 시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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