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작은 새는 하염없이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선 채로 음식을 먹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내 여자친구는 항상 나를 나무라지만 어차피 아침에는 크루아상뿐이라서 굳이 테이블에 식기를 늘어놓을 것도 없었다. 따스한 빵조각을 창틀에 뿌려주었더니 작은 새는 아주 조금 쪼아 먹어

"호오, 또 작은 새가 찾아왔어?"

"우울한 거 없어. 그저 얌전하게 있는 것뿐이야.‘

"놓쳐버린 친구들을 만날 전망은 있는 거야?"

작은 새는 물론 새장 같은건 사용하지 않는다.

"음악을 틀어줘."

"나를 나가게 해줘."

오래오래 끝없이 이어지는 게 좋아,

작은 새는 끝말잇기를 좋아했다.

"병이라는 건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하는 거야. 어디에도나갈 수 없어. 종일 잠을 자고 아침저녁으로 약을 받아먹으면서 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 거라고."

"배도 타지 않았는데 공짜로 멀미가 나다니, 돈 안 드는 좋은 체질이네."

기억이라는 건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걸까.

-너는 남을 지나치게 받아주는 편이야.

"루, 루리비타키 37%(유리딱새)."
작은 새는 큐리(오이)라고 이어나갔다.

"무슨 생각을 했어?"

"좀 즐거운 척해줄 수 없어?"

"날개가 있으면 정말 편리할 텐데."

작은 새는 볼이 퉁퉁 부어 툴툴거렸지만,

"이제 곧 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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