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은 정말로 육각형이었다

까끌까끌했지만 보석 같았다

* 프랑스의 시 며칠 후엔 눈이 내리겠지」(시선집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김진경 외 옮김, 인다. 2018)에는 "레오폴드 보비에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레오폴드 보비가 답시를 적는다는 마음으로 이 시를 적어보았다.

유자차를 마셨다. 목도리를 찾아 헤맸으나 찾지 못했다.
서울에 가서 친구를 만나야 하는데 목도리가 없네 했다.

이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다;
밖에는 고통이, 이 느린 물이,
이 치명적인 물이, 죽음의
자매가 내리는데,
당신은 잠이 오나요?"

듣기만 하는 사람 더 이상 없음

전과 편육, 냉채와 절편을 사이에 두고내 앞에 놓인 뭇국에 숟가락을 넣는다

국물까지 다 마셨을 때에야폭설이 그쳤다그 많던 발자국이 전부 지워졌다

하늘에 아무것도 없는 오늘누군가 하늘이 맑다고 한다

천사의 날개도 가까이에서 보면우악스러운 뼈가 강인하게 골격을 만들고

우유는 다 마실 것, 슬리퍼는 가지런히 벗어둔다. 머그잔은 비린내가 나지 않게 잘 씻어서 엎어둔다. 아무것도먹지 않은 것처럼 내일을 위하여.

빨래가 마르면빨래를 개야지

땡볕이
내 옆에 앉아 있다

잠들 생각이 없었는데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의 고민이지금의 고민을 서서히 지워갈 것을잘 알고 있던 사람

내리는 비 숨겨주기

무언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사람이 잠든 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면한 사람이전등을 차례대로 끄고한 사람이현관문을 열면한 사람이 계단을 내려갑니다

모르는 사람이당신에게 눈인사를 하고 지나갑니다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해주는구나 하고

끝에서 끝을 내다보는 밤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수 없어서는 아니다

이미 내가 어둠이 되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