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리면 삶은 분명 불편해진다.
하지만 결코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치매에 걸렸어도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나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할 때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찾으려는 물건이 보이지 않아도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포기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언젠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효율적으로 쇼핑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에 걸렸지만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2006. 3.13.
은행에 통장을 정리하러 가보니, 3월 6일에 30만 원을 인출했다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2006. 3. 26.
빨간색 신호인데도, 보지 않고 길을 건너려고 했다.

2006. 3. 27.
아직 책을 읽을 기력이 남아있어서 감사하다.

2006. 5.31.
저녁으로 먹을 도시락을 샀는데, 깜빡하고 또 저녁 식사 재료를 사러 갔다.

"혼자 사는 젊은 남자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룹홈(노인성 질환을 앓는 노인이 일반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며보호받는 소규모 시설이다_역주) 입소 등을 고려해 대책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동생분과 꼭 같이 오세요."

‘저는 치매에 걸렸는데요, 혼자 살고 있습니다.
치매이기는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치매에 걸려도 살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보지 않으시겠어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슬퍼하는 대신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그것만이 살아갈 방법이다.

인간의 존재 의의는 그 이용 가치나 유용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들판에 피는 꽃처럼 ‘그저 존재하는 사람도 큰 차원에서 보면 틀림없이 존재의 이유가 있다. 자신의 통찰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타인의 안목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우리와 마찬가지 삶을 부여받은형제자매이다. 만약 그들의 존재 의의를 문제 삼는다면 먼저나 자신, 그리고 인류 전체의 존재 의의를 물어야 할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기억 상자에서 기억을 꺼내는 열쇠를 잃어버린 것뿐이다.

컴퓨터는 필요할 때 꺼내 보는 외장형 기억장치이다.

시간을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 커다란 시계를 눈에 띄는 장소에 걸어 놓았다.

치매 당사자에게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한가지에만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일은 메모이다.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자리가 좋다.

외출이 불편해지면 밖에 나가는 것을 자꾸 피하게 된다.
하지만 외출을 포기해버리면 나의 세상은 점점 좁아진다.
일상의 즐거움과 삶의 의욕이 줄어든다.
그래서 나는 힘들더라도 외출을 포기하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쇼핑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물건을 둘러본다.
이렇게 긴장을 풀면 오히려 쇼핑이 편해진다.

헤매더라도 천천히 즐기면 된다.

고통을 느끼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고민이 있다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진짜 살아 있다.
<노루발꽃, 살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너지는 일은 없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치매에 걸린 내가 강연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보고어떤 사람은 "관심 끌려고 하지 말라"면서 비난하기도 했다.
그때는 너무 큰 상처를 받아 마음이 아팠다.

치매에 걸렸다고 절대 인생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치매 당사자는 모든 일상생활에서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치매 당사자는 자신을 돌보다가 가족이 지치는 것을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활기차게 잘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시설이나 병원에 갇혀 지내는 것은 싫습니다.
시내에서 쇼핑하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면서치매에 걸리기 전과 똑같이 살아가고 싶습니다.

치매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치매에 걸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행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정밀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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