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를 고쳐서 살겠다는 내 계획을 들었을 때도 엄마는 말도 안된다고 했다. 아픈 사람일수록 생활이 편리하고 큰 병원이 가까이 있는 도시에 살아야 한다고, 병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어째서 시골의 다 쓰러져 가는 집에 기어들어 갈 생각을 하는 거냐고,

네가 할 일은 건강을 되찾는 거야.
건강을 어디 맡겨 둔 것처럼 말하지 마.

엄마는 여전히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죽음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니까. 미래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나는 이제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눈앞에 내가 기억하는

어떤 글이든 첫 문장 쓰기가 가장 어렵다.

최진영의 소설은 주저 끝에 던지는 한마디 회심의 위로 같다.

사라진 할머니가 어딘가에 어떤 식으로든 존재한다고 믿고 싶었다. 그어딘가에도 ‘지금‘이 있길 바랐다. 할머니는 천국을 믿었다. 천국은 영원한 곳. 다시 죽지 않는 곳, 고통도 슬픔도 의심도 없는 곳. 그런 곳에서도 ‘지금‘이 가능한가

또한 나의 천국은 다음과 같은 것. 여름날 땀 흘린 뒤 시원한 찬물 샤워겨울날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바라보는 밤하늘. 잠에서 깨었을 때 당신과 맞잡은 손 마주 보는 눈동자. 같은 곳을 향하는 미소. 다정한 침묵, 책 속의 고독, 비 오는 날 빗소리 눈 오는 날의 적막. 안개 짙은 날의 음악. 햇살. 노을, 바람. 산책. 앞서 걷는 당신의 뒷모습. 물이 참달다고 말하는 당신. 실없이 웃는 당신. 나의 천국은 이곳에 있고 그 또한 내가 두고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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