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한다
가을날이다
그늘에 앉아서도
너무 맑다

음악 아닌 것으로 음악 하기
나인 것을 나 아닌 척하기

겨울날 곁불을 옆에 두고 옹송거리며 마시는 낮술

사람은 거리를 두고 그림자 사랑하기

그리워하다가 다시는 생각하지 않기집 떠난 모든 이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기

우물가에 오래 앉아 있기

내 안에는 쇠가 들어 있다.

내 안의 겨울 삼동)을 찾아서

마로니에는일각수(一角獸)가 웃으며 지나가고

시는 윤리를 가르쳐 주었다.

칸트에게 저녁밥은 없었다
그가 어떤 주의자였다는 것은 상관없다
저녁밥이 없다는 것은 무한한 공허 혹은 열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너무 더러워졌다

임계장터 개울을 건너니

가을이

히죽히죽 웃으며 서 있다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

나는 실비집이 좋다. 저래서 남을까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실비집 참 좋다.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내장 무침부터 생선탕까지 아낌없이 때려먹다가 생각한다.

세상에 믿을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조금씩 무언가에 위안을 주며
더러 위안을 받으며 살아갈 뿐,

칼같이 선바위 꼭대기에서
우르르 눈이 몰려 내려온다

"나는 강아지가 자기 어미 개를 무는 미친개한테서 어미 개를 구출하는 것을 보았는데, 강아지가 망령되서 그렇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 연산군 이융

봄날은 간다

바람이 불어 그 부끄러움도 다하면
봄날, 살아야지

신(神)께서 말씀하셨다
끼니 거르지 말라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지갑에 돈 없으면 추레하니 얼마라도 지니고 다니라고

중요한 것을 잃은 자들은모두 맨발이다

막걸리 한 통노가리 몇 마리도 장하다

나는 나에게 언제나 고통이다

빨래를 한다
가을날이다
그늘에 앉아서도
너무 맑다

빨래란
치대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하는 일

모든 말은 거품처럼 사라지고
빨래란 지독한 명상에 가깝다

세상에
나보다 더 아픈 건 없다

사람에 의지하지 마라이제 오십이 넘었으니안빈의 도와 같은 것도 필요 없다

당신과의 거리는 늘 제자리입니다.

겨울날의 모든 저녁은 슬프다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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