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몇알을 수확할 수 있었다. 올해는 어쩐 일로 까치들에게 딸기를 모두 빼앗기지는 않았다고 좋아했는데, 무척 어여쁘고 탐스러운 모양과 달리 딸기 맛은 시었다. 까치들은어떻게 맛을 보지도 않고 미리 알았던 걸까?
서울의 중심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데도 어쩌다 대중교통이 끊겨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 오랫동안 택시업에종사한 기사들조차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이 동네는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모여든 가난한 사람들이성곽 아래에 무허가 주택을 지으면서 형성되었다. 2004년
르는 것이다. 벽화마을이라든가, 하는 이름으로 동네가 관광화 혹은 상업화되면서 결국 정주민들이 떠나게 되는 전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언젠가부터 벽화를 지우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동의없이는 동네에서 장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정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그 덕
서울의 많은 장소들이 그렇듯이 언젠가는 이 동네도흔적 없이 사라지고 세련된 건물들, 생존을 위한 요구와 필요만이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해결되는 공간들로 대체되는 날이 올까? 아마 올 것이다, 불행하게도 바람이 있다면, 그런 날이 여름의 중앙을 통과하는 민달팽이처럼 천천히다가오기를. 미래 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은 어떤 기억들을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은 간장비빔국수와 김치말이국수다. 할머니가 즐겨 해주던 그런 국수들의 정확한레시피는 알 수가 없다. 소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식힌 후
향기로운 비누 같은 걸 반드시 들려 보내는 언니가? 매순간 자신의 손익을 계산하고, 아무리 많이 가져도 더 많은걸 원하게 되는 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타인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줄 줄 아는 언니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
하나를 내쫓으면 떼를 지어 다시 몰려온다니. 그것은불안에 대한 은유일까, 유혹에 대한 은유일까?
가끔은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문제에서, 지상의 온갖 피조물 중 단지 우리 인간만이 사물의 이런 순환을비난하며, 모든 사물의 순환이라는 불멸성을 넘어, 우리에게 개인적이고 고유한, 특별한 불멸성을 가지려한다는 것이 얼마나 특이한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한다.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
창밖에서 바라보는 산은 꽃이 피면 꽃이 피는 대로, 비가 오고 눈이 오면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대로 아름답다.
놀이도 순진무구함도 필요하고꽃들도 흐드러지게 피어야지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작을지 몰라그리고 사는 나도 없겠지. - 헤르만 헤세, 위의 책 51면,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아가씨, 사람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해"
봄에는 대저토마토와 딸기, 냉이나 달래처럼 향기로운 것들을 사고, 여름엔 가지와 애호박 같은 찬란한 빛깔의여름 채소를 사서 먹는 일. 자연의 속도대로, 그 계절에 알맞은 것들을 먹으며 조금 더 알록달록하게 살고 싶다.
지난해 봄 이후, 동네 주변은 무척 소란스러워졌다. 재개발 추진 동의서를 받는다는 현수막과 벽보가 곳곳에붙었는데, 대부분은 좁은 골목과 낙후한 주거환경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불편함은 실재하는 것이고, 그것은 틀림없이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인근 동네의 재개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근심하는 우리 동네 이웃들도 존재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아무도 죽음에 대해 말할 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일 것이다.
초여름에 가장 걷기 좋은 시간대는 해 질 녘이다.
젊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소멸을 수많은 방식으로 맞닥뜨리는 것, 혹은 소멸로부터 달아나는 것,
스무살 적엔 마흔살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