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값 이거 정상 아니야. 거품이지. 두고 봐, 떨어진다. 곧떨어져. 완전 팍!"
"그 돈 가지고 옮길 데 없을 텐데요. 요즘 반지하부터 옥탑까지 안 오른 집이 없어요."
정수한테 집주인이 오천만 원을 올려달라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이사를 하든, 대출을 더 알아보든 자기가 알아서 해. 나는 괜찮아."
외화가 부족해서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름만 대면알 만한 기업들이 연달아 부도를 내고,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아버지도 근무하던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었다. 은영은 은행이 망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현우의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사인은 자살이었고 은영이 도시를 떠나고 일 년 후의 일이었다. 현우가 다섯 장의 카드를 발급받아 돌려막기를 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은영은 까맣게 몰랐다.
"부동산도 심리 싸움이거든요. 더 빠질 거 같으니까 싸게라도팔고 싶은 주인이 나올 거잖아요. 기존 거래가보다 싼 가격에 한번 거래가 되면 그 가격이 적정 가격이 되는 거거든요. 다음에는거래가 된 싼 가격보다 더 가격을 내려야 다음 거래가 가능해요.
통장 명의가 시아버지 이름으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장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홍은동 엄마라는 건 분명해보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정수는 홍은동 엄마 일이라면 무조건 편을 들고 봤다.
공무원 삼백팔십오 명, 경찰 오백여 명, 경비용역업체 사백여명이 공사 현장을 이중삼중으로 포위한 후였다. 이백여 명의 반투위 임원들은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다. 경비용역업체는 끝장을보고 말겠다는 듯 강경하게 나왔다. 공사재개를 두고 몇 번의무력 충돌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살벌하진 않았다. 시가, 공무원들이 주민에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미처 몰랐다.
중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공연장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은영이 일 년여를 공들여 만든 공연이 무대에오르기 열흘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수가 촬영 중이던 영화는엎어졌다. 전염병의 악영향으로 촬영이 길어지면서 추가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한 프로덕션이 부도를 맞은 것이다. 은영은 손소독제를 만드는 공장에 취직했고 정수는 배달 일을 시작했다.
"우리 아파트 가격 엄청나게 올랐는데 알아? 자기 그때 아파트팔고 갔지. 아까워서 어쩐대."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 집중해서 소설을 쓰다 보면 곧장 화자의 감정에 동화되곤 하는데 이번 소설은 그 정도가 심했다. 쓸 때는 몰랐는데 완결하고 봤더니 은영은 여러모로 나를 닮았다. 겁 많고, 나서기 싫어하고, 마음을 쉽사리 열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무주택자라는 큰 공통점이 있다. 은영처럼 나도 한때 아파트를 소유한 적이 있다. 유명 건설사의 꽤 큰평형의 아파트였는데, 새 아파트인데다 대단지라 살기 나쁘지 않았다. 문제라면 아파트 단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압 송전탑이여러 개 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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