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영수증을 주워 펼치면 음용 시 주의사항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 : 오늘의 감정에는 오늘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쿠키를 찍어내고 남은 반죽을 쿠키라 할 수 있을까
분명하고 깊은 상처라 해서 특별히 더 아름다운 것도 아닌데
마음이 저버리고간 자리에 남은 사람을 사람이라 부를 수 있나
부푸는 것을 설렘이라 믿으며구워지는 쿠키들처럼
우리가 이 세상을 정확하게 지도로 그린다면우리가 그리는 지도 역시 그 지도에 그려 넣어야 한다. 그 지도 속에는 다시 세상이 들어 있어야 하고그 세상 속에는 다시 지도가 들어 있어야 한다. ·조슈아 로이스, 「한없이 깊어지는 지도」
나무의 숨이 울창해지면 무구하고 무수한 색들이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어.
깨어진 잔에 입술을 스치며 감추어둔 검은 꽃을 들킬 때.
어째서 생일은 한 번뿐일까마음은 묻히기도 전에 발굴되는 화석 같았다
밤을 저지른 탓에 다 쓰지도 못할 구덩이를 영예로이 짊어지고
눈을 감아도 세계가 환히 보인다면 새로 얻은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키면 돼 모두가 너의 손짓에기뻐하지 그건 언제든 흉내 내고 싶은 빛이었으니까
흩어지는 말들
사라지는 말들
제 속을 떠돌다 스스로 잦아드는 말들
결국은 인간의 계이름일 뿐
의도 없이 체념 없이
겨울 장미들은 가시가 붉지 얼어붙은 정원 난간에 매달려 핏줄의 형상을 되새기듯이
쏟아지는 공기 사이에서 비닐우산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병자와 연인의 공통점은 침대에서 만져지고 모로 누워 바라보는 것 상처를 향해 활짝 열린 품입니다 귓바퀴에 숨과 물이 모여들면 밤의 손끝이 양해도 없이 맨몸을 휘감고
안으로만 연주되는 선율이 있어 태어나기 전부터 알았던높낮이로
사랑과 사라짐이 멀지 않아서 어떤 애도는 끝나지 않는 산책 같았지.
조금만 더 걸을까. 그림자를 겹치며 돌아가는 법을 잊은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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