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시는 시인의 삶에서 나옵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그래, 아름다운 것은짧은 법!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그대 등 뒤에 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연꿈이 고와, 정오 였네.
아슴한 잎새에
물방울 하나 없는데
지레 가슴부터
하느적이네.
간절한 손결
당신의 맘
연連이라.
세상엔 더러 고운 벗도
있으올 게 아니오니까.

김대현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다시희망찬 사람은
그 사람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사람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제주도에 갈 때마다 특별한 감회가 있다. 어쩌면 제주도는 한국이아니라 또 다른 조그만 독립된 나라, 외국이 아닐까 싶은 착각, 자연이 그렇고 인간의 삶이 그러했다. 갈 때는 설레는 마음이고 올때는 애달픈 마음이 없지 않았다. 짠한 마음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한다.

그 책 안에서 발견한 시가 바로 「보리누름 때이다. ‘보리누름 때란 ‘보리가 누릇누릇 익을 무렵‘이란 뜻이다.

구절초는 음력으로 9월 9일, 중양절에 피는 꽃이고 마디가 아홉개 자란 줄기 끝에 피어나는 꽃이라 해서 구절초라 한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다가왔던 봉우리 물러가면
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그러나 낭만이란 것이, 청춘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약간의 과장, 약간의 허세. 아무리 세월 가도 시들지 않고 변하지 않는 저 낭만과 청춘이 들어있는 시에게 축배를 전하고 싶다. 브라보!!

나무에 가만히 기대보면
누군가 숨었네

아, 그렇구나. 세상에 저 혼자 되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구나. 한 젊은 여성이 어머니가 되는 것도 자기 혼자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몸을 빌려 아기가 태어나므로 어머니가 되는 것이구나. 그것은 또하나의 탄생이었던 것이다.

그리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

이병철 시인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북한으로 넘어간시인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작품과 이름이 가려졌던 시인이다. 광복이후 한 시절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시가 수록된 시인임에도 말이다. 언젠가 금산에 문학 강연 갔을 때 함께 초청되어 온 신경림 시인한테서 들은 시가 바로 이 시이고 이 시인이다. 놀랍고 신선했다.
좋았다. 대뜸 우리 민족의 정서가 한껏 정갈하게 새겨져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천재시인 이상 본명은 김해경, 조선총독부 기사로 일할 때 함께 일하는 일본인들이 ‘김 씨‘인 것을 모르고 이 씨‘라는 말을 일본인 제희들 말로 ‘이상‘ 하고 부르는 바람에 필명을 그렇게 지은 시인 이런 데서부터 시인이 괴짜란 생각이 없지 않다.

우리가 알 듯 시인의 대표작은 「오감도」. 역시 조감도‘라고 할 것을
‘오감도‘라고 하여 세인의 주목을 받았고 오늘날도 주목받는 시인.
이상의 시는 이상스럽다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오랑캐꽃-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백 년이 몇 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 머리태: 길게 타래진 머리털.
* 도래샘: 빙 돌아서 흐르는 샘물,
* 핏집 : 띠(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지붕을 이어 지은 집.
털미투리: 짐승의 털을 꼬아서 만든 짚신 모양의 신

당신은 나를 기다리는
햇살이 되어주세요.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 성긴 별 : 별과 별 사이가 조밀하지 않고 간격이 넓다.
* 우련 붉어라: 엷게 붉어라. 우련하다: 형용사, 형태가 약간 나타나 보일 정도로희미하다. 빛깔이 엷고 희미하다.
* 저어하노니 걱정하노니,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엄마


아내가 집에 있다.

아파트 문
열기 전
걸음이 빨라진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있는 집에
올 때처럼



나기철

옛 마을을 지나며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이 거친 말씨를 사용하면서 산다.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그립고 아름답고
슬픈 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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