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결에
내가 나를
처음으로 언뜻 본 때는

시월에는
물드는 잎사귀마다 음색이 있어요

아버지는 잠이 많아지네
시든 풀 같은 잠을 덮네

아버지는 세상을 위해 일만가지의 일을 했지

매일 아침 꾸지뽕나무 밑에 가 꾸지뽕 열매를 주워요

나는 새와 벌레가 쪼아 먹고 갉아 먹고 남긴꾸지뽕 열매 반쪽을 얻어먹으며 별미를 길게 즐겨요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나는 낙엽처럼 눈을 감고 말았네

봄산은 못 견뎌라
봄산은 못 견뎌라

뿌리는 무엇과도 친하다

냉이가 봄쑥에게
라일락이 목련나무에게
꽃사과나무가 나에게

산의
출출마른
끝자락

물그릇 같은 밤과
절거덩절거덩하는 원광(圓光)

눈사람이 가네
눈보라 뒤에 눈보라가 가네

어느 때라도
시는
잠시
푸설푸설 내리던
눈 같았으면

꽃이라는 글자가 내려앉는다
물 아래로
계절 아래로
비단잉어가 헤엄치는 큰 연못 속으로

낮과 밤


붉은 불을 입으로 불어서 끈다.
그때그때에 시간은

꽃을 모두 떨어뜨리듯이
편월(片月)을 더 깎듯이(이

아침은 매일매일 생각한다.

새는 능인(能仁)이 아닌가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가난한 식구 밥 해 먹는 솥에
빈 솥에
아무도 없는 대낮에
큰어머니가
빈 솥 한복판에
가만하게
내려놓고 간
한대접의 밥

"나는 눈보라가 치는 꿈속을 뛰쳐나와 새의 빈 둥지를 우러러밤처럼 울었어요"(이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