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내버려둠이 인정함이 된 것인지
어느 순간 잊혀져감과 동시에
편해졌다.

안식安息


우주와 그대 경계는 無요
자유라고 칭한 건 누구요

먼빛에도 뚜렷했소
평생을 고이 담을 터이다

아름다운 우리잖아


죽어가다 죽지 말고
살아가다 죽자

주전자


버림에 악다구니 쓰며 찾지 않아도 돼
채움에 흘러넘쳐 잠겨 있지 않아도 돼

말에는 독소가 있어

흔들리는 물살에 맡긴다

수요일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나름 근거 있는 낡은 얘기

물은 흩어지는가 싶지만 곧장 함께가 되어요
바위에 흠집 내고 뭐든 깎아내리죠

플라스틱은 누워
천장의 등불을 사랑했어

멍하니 너를 생각해


멍하니 너를 생각했어

시력을 뒤로만 돌렸어

뒷걸음질 치면 닿을까

모기향


숨죽인 칠흑 속에서
스스로 죽어가는 여정

재를 남기고
자신은 온전히 없어지는 것

좋아하는 색들을 짜두었을 뿐인데
어느 샌가 섞여 다른 색이 되었다

오늘 널 보면

오늘 널 보면 더 홀가분히 뜰 수 있겠다

방향성


그대 옷깃 다듬어 줄 사람이 나이기를,

이미 손댈 수 없게 날이 서 있으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