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발한 풍경이라고 말하자
새로 날개가 돋은 바람이라고 부르자

창문이 많은 봄이었는데
들길 산길에 색색의 기분들이 흘러 다니는 봄날이었는데

주위를 둘러보아도 내가 보이지 않아서
얼굴 없는 한낮
눈멀고 귀먹어서
모두 있으면서 아무도 없는 봄날

머릿속에 가득한
죽은 글자들
예언자의 입에서 번쩍이는 미래

용서하라
아니 심판하라
죽어도 죽지 않는 샛별의 언약

소도 아니고 생물도 아닌 것을 끌고 다니면서
애초부터 없던 소를 팔겠다고 쾅쾅 문을 두드렸네

코끼리가 걸어온다.

다만 그렇게
이곳에 없는 봄은

살을 버리고,
뼈로 우뚝 일어서는 탑

몸을 비우고
허공처럼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옳고
모두 그르다.

살과 뼈 대신
의족으로 남은 고독

저만치 처음 본 나무가 걸어간다.

길이 끝난 곳에서
고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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