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져 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우리 삶의 수많은 커튼
사람들마다의 커튼
내 얼굴의 커튼들

네가 떠난 뒤에 바다는 눈이 퉁퉁 부어올랐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보고 싶은 마음 꾸욱 눌러
돌무지에 탑 하나 올린다.

그 눈길을 걸어 아주 떠나간 사람이 있었다.

이 선홍 장미로 즙을 내리
장미 가시론 바늘을 삼으리

온다던 사람 오지 않았다.

때로는 울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우는지 잊었습니다 내 팔은 울고 싶어합니다 내 어깨는 울고 싶어합니다 하루 종일 빠져 나오지 못한 슬픔 하나 덜컥거립니다 한사코 그 슬픔을 밀어내려 애쓰지만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그 슬픔이 당신 자신이라면 나는 또 무엇을밀어내야 할까요 내게서 당신이 떠나가는 날, 나는 처음 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닳아 얼굴이 따라 닮는 오래 묵은 벗처럼그렇게 살며 늙어가는 일인데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사랑은
안으로, 안으로
골병드는 것

그 눈길을 걸어 아주 떠나간 사람이 있었다.
눈 녹은 발자국마다 마른 풀잎들 머리 풀고 쓰러져한쪽으로만 오직 한편으로만 젖어 가던 날이 있었다.

보고 싶은 마음 꾸욱 눌러돌무지에 탑 하나 올린다.

얼음 풀린 봄 강물
마실 나가고 싶었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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