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슬픔이라고 말한다. 지극한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슬픔의 - P9
오, 아름다운 것에 끝내노래한다는 이 망망함이여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 P10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을 보겠네.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 P24
기차는 몸살인 듯 시방 한창 열이 오른다. - P27
사랑하는 사람아 나는 여기 부려놓고 갈까 한다. - P29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내고 부끄럼 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 버렸다. - P30
사람들이여 이승과 저승은 어디서 갈린다더냐.. - P35
이 병신아 이 병신아 뭣하고 살았노, 내 눈에 金빛 열매 열리는 매미 운다. - P39
이왕 억울한 판에는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더 서러운 일을 뼈에 차도록 당하고 살까나. - P41
미류나무에 강물처럼 감기는 햇빛과 바람 돌면서 빛나면서 이슬방울 튕기면서 은방울 굴리면서, - P42
지난 겨울에는 발을 구르는 섭섭함을 외면하고 바람은 친구를 안고 땅밑으로 땅밑으로 땅밑으로 기어들더니 - P44
바람아 바람아 네 앞에서 나는 늘 앞이 캄캄해진다.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 P46
바다 있기에 산이 있기에 사랑이여, 너를 버릴 수는 없을지니라. - P49
아, 하늘에서는 쏟아지는 눈물 땅에서도 괴는 눈물의 이 비 오는 날! - P53
無 心
가다간 파초잎에 바람이 불어오고
덩달아 물방울이 찬란하게 튕기고
無心한 이 한때 위에 없는 듯한 세상을. - P58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 - P61
햇빛하고도 제일 친한 그 엿장수의 가위 소리 앞으로 가, 떼어 주는 맛뵈기 엿이나 얻어먹으면 物理가 트일 것인가, 또는 영원으로 향한 길목에 접어들었다는 슬픈 착각에라도 이르를 것인가.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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