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기능이란 먼 것만은 아니었어요

없는 슬픔이 도와
그러므로 그래서 - P15

햇볕은 짜디짜고

우린 참, 시시했어요

축제는 축제를 견디려 종일 서 있었다.

어느 것을 잊고 싶어?
언제까지나 잊고 싶지 않은 것—앙드레 지드 - P20

제 생을 말고기 살점인 듯 씹고
또 씹으며
허무는 동맹처럼 씩씩했어요 - P22

나는 내 안의 말을 바꾸지 못하여
태도가 태도를 나무라고 있으니 - P24

눈알을 버린다면 그때 꽃을 볼 수 있을 거라는데 - P28

꽃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어 - P29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 P30

만나는 일도
헤어지는 일

날아가는 새는
가는 곳을 말하지 않는다.
- P32

초록은 허약하다고 하지 않다고,
꿈도 죽은 바깥에서
초록끼리 서로 수혈하며 살며 - P35

당신은 너머가 되지 못했다.

참 추운 날이야
새들의 부리가 작아졌어 - P39

어느 쪽으로 가는지
어느 쪽에서 왔는지 - P41

당신을 당신 바깥으로 놓아보아요 - P45

만나는 사람들 저마다
상처받았다 받았다 하니
상처가 사탕인가 해요 - P56

괜찮아요 절룩이며
여기 남을게요.

비밀은 거짓보다 위험해
다 말하지 마
왜 이래 나한테 이러지 마 - P62

한낮의 연애는 캄캄했어요

왜 모든 연애는 숨는지요

봄은 오는 게 아니야 가고 있는 거야

냄새는 라일락, 장미, 이기, 땀, 비, 모순 이런 순서였다.
순서는 정직했다.
- P80

반복은 외로운 이들 몫이었는데,
- P86

의심은 투명에서 나오고
고백처럼 위험한 게 또 있을까 - P94

첫사랑은 예의가 없었다

편육처럼 가지런히 쌓인 글들은
고기만큼의 힘도 되지 않았다 - P114

진물이 말라붙은 거즈를 보면
그들은 어느새 한몸이 되어 있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 이상 실화(失花),
- P134

원했던 건 그렇게 먼 곳으로 흘러가요
다 흘러가요

안 보이는 것이 이토록 다정한걸요

복면한 사람 중에 당신이 있었어요.

서로 알아보지 못했으므로
기쁨이 자욱했던 것

다가갈수록 흐릿해지는 이것을
누군가 진실이라 말하기도 했어요.

암전 - P136

다시 암전

그릴수록 아무도 모르는 먼 곳으로



당신
그립지 않아요


-그해 안개, 부분 - P137

투명하다는 건 힘이 될 수 없지만
어떤 때도 지킬 수가 없지만

거미는 거미를 사랑하고
벌새는 벌새를 부르고

그렇다고 뭐가 달라졌을까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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