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남방


시골집에 드니 노모는 없고
새빨간 장미꽃만 대문 타고 올라 피어 있다.


어머니, 대문에 꽃무늬 남방 걸쳐놓고 어디 가셨어요?
- P44

중요한 일


딸, 뭐 해?

응, 파도 발자국을 만져보는 거야!
- P26

혹여 누군가 내게
당신은 대체, 지난 오년 동안
한 게 뭐냐고 따지듯 물어온다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허릴 펴고는 - P51

꺼멓게 익은 오디맹키로 꺼멓게 익은 얼굴이
아조 꺼메지도록 되게 오디를 따다 갈 할매들,
빈 국수 그릇 내려놓고 하나둘 몸을 일으킨다 - P53

황순이 가고 황순이 왔다.
늙다리 일소 황순이는 가고
힘센 새 일소 황순이가 왔다.

연습은 황순이가 했는데
몸살은 금수양반이 났다

마을길 풀깎기 울력이 있으니
남자들은 예초기를 들고 나오라는
이장님 방송이 나온다.

등허리 축축하게 길을 쓸고 집으로 들다보니
안 켜도 되는 우리 집 마당 앞 풀을
누군가가 참 깨끗하게도 싹싹, 쳐두었다.

그래, 가을엔 고추가 우선이지
해마다 이맘때 길은 고추의 것,
고추가 십년 넘게 이 길을 써왔다

우체부 아저씨도 당분간은
고추 앞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조심조심 걸어들어와
편지함에 우편물을 넣고 가겠다.
- P59

별일은 아니었으나 별일이기도 했다.

누구는 형과 내가 대충 뽑아
텃밭 옆 비닐하우스에 대강 넣어둔
육쪽마늘과 마늘을 엮어두고 갔다.
- P62

여간 바를 턴다. 어여 가봐야 할 턴다.
그리도 밥은 묵고 가야 할 턴디, 한다.

겨울 목련


지그재그 지그재그 새소리 재즈를 들으며 지그재그 지그재그 즉흥 스텝을 밟으며 지그재그 지그재그 겨울을 건너 봄으로 가네 지그재그 지그재그 지그재그 재즈재즈 재즈재즈

나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중심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것

먼 기억을 중심에 두고
둥글둥글 살아간다는 것

무심히 젖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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