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박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나무는 사람들이 건들지만 않으면 태어난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산다. 나무는 공부도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지도 않고, 태어난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모든 것들이 찾아온다. 해, 비.
바람, 새, 달, 그리고 사람들, 나무는 그러면서 세상에 필요한것들을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정부, 아름다운 국가, 아름다운 삶.



서정주



복사꽃 괴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 도라….… 아무病도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 게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아이들의 이미지를 그린다. 화가 박수근이 한 말이다. 박수근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친근함으로 쉽게 다가선다. 단순하고 평안하다. 박수근의 그림들은 생각해보면 참 슬프다. 그 슬픔, 애잔함, 애듯함, 장식남의시들도 돌 위에 앉은 꽃잎처럼 그렇게 잔잔하게 슬프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의로움과 삶의 고결함을 지켰던 사람들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자기자신의 출세와 영달, 그리고 권력과 돈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헌 걸레처럼 팽개쳐버리는 째째하고 쪼잔한 것들이세상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큰 산 같은 사람, 온 세상을 가슴에 안으려는 바다 같은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가. 땅을 쿵쿵울리며, 매운 바람을 헤치며 세상을 걷는 그런 가슴 떨리는 큰사람이 그립다.

때늦은 봄눈이었구요, 눈은 밤마다 빛나는 구슬이었지요.

문득 둘째의 등록금과 발가락 나온 운동화가 어른거린다.

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

우리는 무엇이 이리 바쁜가? 내 머릿속의 오늘은 왜 이리 복잡한가?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여기까지 밀려온 세월은 또 무엇인가? 언제 한번이라도나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보며 지나온 삶을 뒤적여본 적이 있었던가? 외로워서, 외로운 내가 외로운 나에게 눈물을 흘려주었던 일이 그 언제였던가. 허리 굽혀 신발끈을 매는 이 아침, 아.
나도, 살다가, 때로, 조용한 갈대가 되어 울어보고 싶은 것이다.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커다란 산맥에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이기며 오라, 삶이여!
부서지며 굽이치는 저문 강을 건너 새벽같이 오라. 언젠가. 그언젠가 한번은 꽃피고 싶은 내 인생이여!

낚을수록 좋은 것은 사랑뿐 이라고 말한 김수영, 그의 무덤에 나도 가본 적이 있다. 아, 이 겨울 ‘반쪽 심장‘ 에 식지 않은사랑을 가진 사람들은 추워도 춥지 않으리라.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손길만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게, 무서울 게 무엇이 있겠는가. 고운 님과 함께라면 세상은 어디든천국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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