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마요.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아요..
밟힌 눈은 미끄러워요.
더 이상 아무도 다치면 안 돼요.

소파는
더럽게 푹신했다.
몸이 푹푹 파묻혔다.

하얀 모래 위에 누군가 잠들어 있었다 동그란 물방울들이 온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물방울에게 체온을 나눠주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하얀 타월로 그 사람을 덮어주었다.
- P25

바닥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바닥을 보아야만끝을 볼 수 있나요? 끝을 보기 위해 바닥을 보아야만 하나요?
- P26

나도 알고 있거든요..
집 안에서 맞는 사람이 있고
집 밖에서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요.
- P31

너와 더 오래 있고 싶었다.
잘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잘못한 것만 같다.

밟는 느낌이 참 좋지요,
수북하게 쌓인 은행잎을 밟으며
누군가 내게 말했다.
- P39

물속에서는
사람을 업고 걸어도 무겁지 않았으므로
엄마도 업고 언니도 업었으나
물에 빠진 사람은 구하지 못했다.

글씨에서 선이 자라났다. 선에서 얼룩이 자라났다.
글씨가 글씨 바깥으로 나아갔다.

내 말은 인간을 계속 믿어야 한다는 매기다. 왜냐하면 인간대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조롱당하는 편이 그들을 계속믿고 신뢰하는 것보다는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쓰라린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 심스러운 샘에 수세기 동안 악의찬 짐승들이 물을 먹으러 오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샘이 마르는 걸 보는 것보다는 낮다. 자기 자신을 잃는 것보다는 샘을 잃는 편이 덜 심각한 것이다.
- P87

무너진 기억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나가 무너질 때마다
무너질 수 없는 하나가 생기고야 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