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겁시의 심장이었을까
사과씨는 사과의 심장이었을까

둘레를 가진 것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그렇게 만났다 헤어지지

인디언의 무덤은
동물이나 새의 형상으로 지어졌다.
빗방울이 멀리서도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새가 쪼아먹은 자리마다.
개미들이 오글거리며 단물을 빨고 있었다.

시든 나무들은 말한다.
어떤 황홀함도, 어떤 비참함도
다시 불러올 수 없다고

흰 물거품을 두 손으로 길어올렸지만
손안에 남은 것은
한줌의 모래

둥근 수경을 통해 본 바다는 둥글지 않아. 

 벗어나도 벗어나도 내 속에 갇혀 있는 
나를 건져내고 싶어!

문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발소리 같기도 하고
때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기도 한

물소리

노루꼬리처럼 짧은
겨울 햇살
한줌.

산불이 나야
비로소 번식하는 나무가 있다.


씨방이 너무 단단해 뜨거운 불길에 그을려야만
씨를 터뜨린다는 뱅크셔나무

구경꾼들이란 으레
충혈된 눈을 지니고 있는 법이죠

일요일 오후의 응급실은
응급하지 않다.

 분필은 잘 부러진다, 또는 잘 부서진다.

- 나부끼고 나부끼고 나부껴서 가벼워진 몸에

내려오는 길 붉은 흙언덕에서
새끼 염소가 울고,
저녁이 온다고 울고,
흰 발자국처럼 산딸나무 꽃이 피고

밤 강물이 고요한 것은
더 깊이 더 멀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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