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

예전에 여름방학때 외가집을 가면 모기불 피워 놓고 멍석에서 밥을 먹던
모습이 떠 오른다.
개울가에서 송사리, 피라미 잡는다고,
개헤엄으로 물장구 치던 때를 말이다.
그 시절에는 원두막에서 지하수에 담가
두었다가 먹는 수박맛이 참 맛있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덕분에 사시사철
돈만 있으면 먹는 것이 수박이다.
5월부터 마트에 나온 수박을 오늘 한번
큰 놈으로 사 보았다.
아이들과 와이프도 먹어 보더니 꿀맛이라고 한다.
혹시 아직 제맛이 안 날것이라는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제철과일이 요즘은 바뀐 것 같다.
딸기도 예전에는 봄이 제철이었는데
겨울 딸기가 더 맛이 있으니 말이다.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
이 든다. 추워추워 하다가 더워더워 하게 되는 듯 싶다.

요즘들어 급변하는 세상에 앞서 가지는 못하더라도,따라는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시인은 사물의 외양상 진실만을 옮기지
말고 그 사물의 내적 기미까지도 예리하
게 포착해서 형상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가....
예리한 관찰, 자연물에 대한 애정,
톡특한 사실적묘사를 하는 시인들이
더더욱 부러운 하루다.
부러우면 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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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1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