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전공자이다 보니 책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국어 지식은 부끄러운 수준인지라,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교양수준을 높이는 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음식과 관련된 여러 단어를 상세히 소개해준다. 어원, 변천사, 방언 등. 게다가 그 단어의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까지, 저자가 언어 연구를 활발히 하신 것을 알 수 있다.
폐계는 질기고 퍽퍽해서 고기의 참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고춧가루를 확 풀고 각종 양념을 진하게 넣어 닭의 냄새를 덮는다. 야채를 넣어 맛과 영양을 더한다. 이렇게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 닭도리탕이다. 그런데 이름 때문에 엉뚱한 수난을 겪는다. 음식 이름에 일본말로 새를 뜻하는 ‘도리’가 들어가 있으니 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 음식의 이름을 지은 이가 ‘닭새탕’이라고 이름을 지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 이름을 시비 삼거나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 이가 외려 고스톱을 너무 많이 쳤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순화된 이름마저 ‘닭볶음탕’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닭’과 ‘새’가 겹쳤다고 본 것도 우습지만 정작 바꿔놓은 이름도 ‘볶음’과 ‘탕’이 겹쳐 있다. 닭도리탕은 아무리 봐도 볶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p206-207)
엄마표 음식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닭도리탕이다. 닭도리탕을 순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을 땐 나도 정말 ‘도리’가 일본어인줄 알았다. 바뀐 단어 닭볶음탕은 정말로 입에 붙지 않는다. ‘도리’의 어원을 일어로 오해했다 쳐도 더 좋게 순화할 순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표준어는 닭볶음탕일지 몰라도 나는 여전히 닭도리탕이라고 부른다. 단어만 봐도 엄마가 만든 맛깔 나는 닭도리탕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 우리가 늘 먹는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