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까치밥을 남길까
추이진단 지음 / 시간의물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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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여름 K대학교에서 연수를 들을 때 추이진단 교수님께 초급 학습자를 위한 발음지도와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중국인으로서 바라본 한국문화에 대한 책을 썼다고 하여 호기심에 책을 구입하였다.

 

  책은 저자가 2003~2007년에 작성한 칼럼을 모은 칼럼집이다. 아무래도 10년 이상 지난 글이어서 일부 글은 지금 한국의 상황에 안 맞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중국이란 나라를 가까이 한 지 나름 오래된 나도 몰랐던 중국인의 시각을 배울 수 있기도 했다.

  이를테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저자가 신혼여행 가서 씻으라는 남편의 말에 불쾌함을 느꼈던 에피소드(p176), 소홀한 추수 때문이라 무심코 여겼던 한두 알의 감이 새들을 위한 월동 음식임을 알았을 때 감동을 느꼈던 일(p134)은 한국인인 나에겐 매우 신선한 이야기였다.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중국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다수의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중국을 경시한다. 우리 학생들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왜 중국을 싫어하는지 물어보면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이유도 많지만) 우리나라 거를 자꾸 자기네 거라 우기는 게 싫다고 한다. 아리랑도 한글도 김치도 자기네 거라 하니, 얄미운 건 사실이다. 우리보다 훨씬 긴 역사에 훌륭한 문화유산이 넘쳐나는 중국이 왜 자꾸 우리 걸 건드리는 지, 나도 이럴 땐 그들이 밉다. 한편으론 왜 우리는 그런 영악함(?)을 지니지 않는지 의문이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국어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자는 주장의 기사가 나온다. 그리고 댓글은 대부분 비난 일색이다. ‘세종대왕님이 무덤에서 통곡할 거다’, ‘우리글 놔두고 왜 구닥다리 중국문자 배우자고 난리냐등등. 추이진단 교수는 한자는 김치다라고 말했다. 김치가 중국의 염장 채소를 받아들여 현지화를 거쳐 한국 고유의 특산물이 된 것처럼, 한자 또한 중국에서 차용하여 현지화를 거친 한국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p22) 한자 병기를 주장하는 분들은 한글이 한자보다 떨어진다든지, 중국을 사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언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한자어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지 말자는 뜻일 것이다. ‘한자? 중국 거잖아, 우리가 왜 배워?!’하고 무조건 배제할 게 아니라, 한국어 속에 녹아있는 한자도 우리 문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배우고 우리 경쟁력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본 뉴스가 생각난다. 중국 관광객은 늘어가는데 주요 관광지에선 중국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한 중국 관광객이 공항에 써져 있는 到着(도착)이란 한자를 보고 말했다. “Dàozhuó(到着)?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네요.” 뉴스는 중국인도 못 알아보는 엉터리 한자어를 써 놨다며 비판을 했지만, 나는 그 관광객과 뉴스를 작성한 사람에게 말하고 싶었다. “저기요, 그거 중국어 아니거든요? 한국어를 한자로도 병기한 거예요! 엉터리 한자어가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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