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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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 나를 되돌아보면 책 읽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땐 가끔씩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곤 했다. 고등학교 땐 공부를 핑계로 거의 읽지 않았다. 그나마 고1 Q정전’, ‘허삼관 매혈기등 중국 작품을 조금 읽었을 뿐, 그 이후론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대학교에 와서야 학교 도서관이 접근성 좋고 이용하기 편하다는 점, 수강 신청을 망쳐 공강 시간이 많았던 점, 대학생이라면 가끔씩 책을 읽어 교양을 쌓아야 한다는 내면의 강박 등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책을 좀 읽었다. 대학 4년 동안 한 해 읽은 책의 목록을 다이어리에 적었는데,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1년에 적게는 10권 많으면 20권정도 읽었던 것 같다. 책 좀 읽는다 하시는 분들은 한 달에 10권도 더 읽을 텐데, 당시 나는 1년에 10권 이상이면 훌륭하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부끄럽기 그지없게도 말이다. 특히 성인 열 명 중 세 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류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자부심을 느꼈다. ‘난 그래도 10권 넘게 읽었어하면서.(전부터 나는 나보다 못한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고질병이 있었다.) 아무튼, 내 삶에 대학시절은 그나마 책을 좀 읽은 시기였다. 졸업 후 임용 준비라는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공부할 것이 너무 많다는 핑계로 독서는 멀리 하고, 교육학 책 전공 책만 열심히 봤다. 간혹 공부하기 싫은데 다른 걸 하자니 찜찜할 때, 중국 소설을 읽기는 했다. 교사가 된 후엔 어땠을까? 첫 해는 일에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2년차 3년차엔 그냥저냥 그렇게 지내다 보니. 처음 3년은 1년에 읽은 책이 아마 10권 안 될 것이다. 그나마 읽은 건 방학 기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작년 말 중국 문학을 소개하는 글쓰기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평소 책도 안 읽었고(그나마 독서 자부심을 가졌던 대학을 졸업한 뒤 5년이나 흘렀다), 글쓰기는 더더욱 못하는 주제에 무슨 자신감으로 , 할게요.’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도 그 작업은 진행 중이고, 그 덕에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자주 읽게 되었다. 또 알라딘 서점에도 처음 가입하여 책을 사고(다 읽지도 못하는 양을 너무 많이 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서재라는 블로그에 글을 올려보는 등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같이 작업하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서민 교수의 서민적 글쓰기를 읽었다. 쉽고 재밌게 글을 쓰는 그의 재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책을 살 때, 내 장바구니엔 집 나간 책도 함께 있었다. 그땐 살 책이 너무 많아서 잠시 보류했다가 몇 달 후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와 함께 이 책도 구입하였다. 어느 책부터 읽을지 고민하다 서민적 글쓰기의 감동을 떠올리며 도끼 두 권을 제치고 집 나간 책을 먼저 들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어쩜 저렇게 쉽고 맛깔나게 소개하는지. 소개된 책 중 읽고 싶어진 책이 여러 권 생겼으니, 서민의 서평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서민 교수는 서평을 쓰는 이유로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자랑하는 수단이 되고,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며, ‘인상적인 구절을 써놓으면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었다.(p5-6) 내가 그나마 책을 좀 읽은 시기라고 볼 수 있는 중학교 때나 대학 시절, 책을 읽은 후 뭐라도 기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땐 읽었다는 사실에만 뿌듯해하기 바빠서 미처 글 쓸 생각을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 읽은 책 내용도 기억이 안 나고 느낌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느낀점을 구구절절 쓰진 못하더라도 인상적인 구절 한 두 문장과 간략한 느낌 한 단어 정도만 써놨어도 좋았을 것을. 과거에 읽은 책은 완전 헛 읽은 게 되어버렸다.

 

 서민 교수 글의 큰 장점은 바로 글이 쉽다는 것이다. 쉬운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본인의 글이 쉽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내 서평집의 가장 큰 순기능’(p9)이라고 하였다. 확실히 그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이 정도는 쓰겠는데?’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서평을 직접 쓰진 않더라도, 서민 교수가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 그 책이 궁금해지고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나 같은 경우 주기자의 사법활극(주진우)’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조승연)’, ‘아주 사적인 독서(이현우)’ 외 다수를 읽어 볼 책으로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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