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억압하는 악습이라면 거부해도 좋다”
책의 주인공 ‘큰발 중국 아가씨’ 아이린은 전족이라는 전통을 거부한 여성이야. 전족에 대해서 들어봤니? 전족은 여성의 발을 어릴 때 천으로 묶어서 인위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했던 풍습이야. 이렇게 전족을 한 발은 10cm 남짓밖에 안 돼. 발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오그라들어서 흉한 모습의 발이 만들어져. 전족은 송나라 때부터 20세기 초까지 천 년 가까이 이어져 왔어. 작은 발이 아름다움의 기준이었다, 발을 못 쓰게 해서 여자를 무능력하게 만들고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발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여자를 부양한다는 것이 남자의 위신을 세워준다 등의 이유 때문이었지. 어찌되었든 전족은 여성에게 비인간적인 고통을 주고 여성을 무능력자로 만든 악습이었어.
아이린은 이 전족을 강력하게 거부했어. 불편한 발로 뒤뚱뒤뚱 걷는 것이 싫었거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삶을 원해서 전족을 거부했고, 그로인해 그녀의 삶은 큰 변화를 겪게 돼. 어릴 적 혼담이 오가던 정혼자 집안으로부터 파혼을 당하고, 아이린을 지지하며 학교도 보내주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보수적인 큰아버지는 학교를 관두게 하고 첩으로 보내려고 해. 결국 아이린은 집을 떠나 미국인 부부– 아이린의 전족 여부를 신경 쓰지 않는 –의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일을 하게 됐지. 그러다 낯선 미국까지 가는 모험을 해.
“저는 마음대로 걸어다니고 싶어요. 뒤뚱거리며 아장아장 돌아다니긴 싫어요.”
할머니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네 맘대로 이건 좋고 이건 싫단 말이냐! 네가 싫든 좋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감히 하찮은 계집 따위가! 넌 그저 시키는 말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p61)
“리우 부인이 오늘 중매쟁이를 보내 정혼을 깨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내가 뭐랬니?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했지!” (p67)
“아이고, 우리 아이린은 비구니나 되어야겠구나. 세상에 결혼 안 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이니. 뭐, 몸이 날쌔니까 곡예사나 떠돌이 풍각쟁이가 될 수도 있겠지!” (p68)
아이린이 미국인 집에서 일을 하고 미국에 가서 살았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어. 전족을 거부했기 때문에 중국인에게 이방인 취급을 당했는데, 서양 사람들도 아이린을 자기들과 같은 사람으로 대해주지 않았어. 서양인들에게 아이린은 ‘하찮고 미개한’ 동양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에일린이 그레이스와 빌리에게 붓글씨 쓰는 법을 가르치는 걸 보았어요. …… 여보,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교도의 말을 배우는 게 싫어요. 그 시간에 빌리에게 영어를 읽고 쓰는 법을 더 가르칠 수도 있잖아요.” ……
“에일린, 내 말부터 들어봐요. 옛날이야기는 괜찮소. 사실 우리가 걱정하는 건 에일린이 유교에 대해서도 가르친다는 거요. …… 유교는 이단이오! 나는 아이들이 그걸 배우기를 원하지 않소.” ……
생전 처음으로 나는 내가 일으킨 반란의 대가가 무엇인지 톡톡히 깨달았다. 나는 내 민족으로 추방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내가 배워온 가치들이 무시당하고 경멸받는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p151-156)
아이린의 이야기가 옛날 중국이니까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되니? 이런 고통은 중국 여성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야. 유럽에선 허리를 꽉 조이는 코르셋이 유행해서 여성들이 기절하기 일쑤였어. 아프리카에선 할례라는 풍습이 지금도 있지.
요즘은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풍습이 없으니 괜찮다고? 혹시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니? ‘예쁘지 않은 여자는 매력이 없다, 여자가 화장을 안 하면 예의가 없는 것이다, 여자는 요리를 잘 해야 한다, 명품 가방을 좋아하면 개념이 없는 여자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여자는 기가 너무 세다’ 등등. 선생님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이런 생각들이 일종의 전족이자 코르셋이라고 생각해. 저런 편견에 사로잡혀 나 스스로를 억압할 필요가 있을까? 아이린이 전족을 거부했듯이 저런 고정된 성 역할을 거부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되지 않겠니?
남자도 마찬가지야.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남자는 여자보다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남자는 전업주부를 하면 안 된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 벌레 등을 무서워하는 남자는 찌질하다’ 등등. 선생님은 남자든 여자든 이런 사회적 굴레에 갇혀 고통 받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너희 모두가 이런 비합리적인 성 역할을 당당히 거부하고 자신 있는 삶을 살아가길 희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