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다프네. 아버지가 휘둘렀던 가정폭력의 트라우마와 만성 우울증으로 도무지 삶에, 사회에 발붙여 살아가기 힘든 여자.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자살 시도에 번번이 실패한다. 죽고 싶은 것은 사실이므로(그렇게 믿으므로) 자신을 대신 죽여 줄 사람을 찾다 결국 다크웹에서 청부살인업자를 구한다.
마르탱. 다프네의 촉탁살인 의뢰를 받아들인 청부살인 조직의 애송이 킬러. 권위적이고 마초 같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남성성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살아왔다. 포르노와 폭력에 중독돼 스스로를 사회 '부적격자'로 생각한다. 적성에도 맞지 않고 능력도 없지만 강한 남성상에 대한 갈망 때문에 직업이라고 선택한 것이 킬러.
모나. 의사-환자로 만나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던 이가 저지른 살인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의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심리치료사로 일하는, 한때 전도유망했던 전직 정신과 의사. 최근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치료 없이 죽음을 맞이할 생각이었다. 인생 참 파란만장하다.
달리는 열차로 다프네를 밀어 죽여주겠다던 마르탱은 당일 약속 시간에 선로 가까이에 서서 자신을 보고 웃는 여자를 다프네로 착각해 엉뚱한 사람을 죽이고 만다. 여자를 밀어버리고 임무 완수에 안도하던 마르탱 앞에 진짜 다프네가 나타나고, 자기 대신 죽어 버린 여자의 처참한 시신을 본 다프네는 자신이 정말 죽고 싶었던 것이 맞는지, 죽고 싶은 것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미션은 반드시 처음 계약 내용대로 실행돼야 한다고, 열흘 안에 다프네를 죽이지 않으면 다프네도 자신도 조직에서 살해당할 거라 말하는 마르탱. 그들은 엉뚱하게도 심리상담사 모나를 찾아 상황을 털어놓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다프네가 진정 죽고 싶은 게 맞는지, 그녀를 죽이는 게 맞는지를 묻는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모나의 별장에서 함께한 열흘 간의 이야기.
길지 않은 소설. 잘 읽힌다, 소재에 반해 시종일관 유쾌하다, 하는 평들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글쎄 나는 모르겠다. 가슴이 아파서, 혹은 분노해서, 끔찍한 상상 때문에 몇 번이나 멈춰 가며 읽어야 했다.
결국 다프네 마음의 소리는 '나를 죽여줘'가 아니라 '제발 나를 살려줘'였는데... 책을 읽고 나면 프랑스 독자의 '생존이 평생의 과제인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뼈아픈 유머'라는 평이 깊게 와닿는다.
다프네의 모든 시간에 모든 선택과 감정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일면 이기적이고 대개 자기중심적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겠지, 그저 그렇게 흘러버린 거겠지 한다. 그래도 결말 그 이후의 이야기는 희망적이었다. 고통 속에 살아 본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잘 이해하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본 이가 타인을 잘 도와줄 수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다.
모든 사람이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를 많이 사랑했으면.
출판사(반타, 오팬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