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쓴 아빠의 일기 - 상처를 품은 아빠, 남극에서 희망을 말하다
오영식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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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젊은 의사의 남극 에세이 <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를 정말 여러 번 읽었다. 찾아보니 20091월 신간이었네. 17년 전이라... 방황하던 젊은 의사는 서울아산병원 교수님으로 열심히 살고 계시네. 여전히 글을 쓰면서.

어려서나 지금에나 나는 확실한 안정추구형 인간이지만 그래도 푸르던 그때는, 도전과 변화에 대한 갈망도 있었나 보다. 남극과 펭귄, 해표와 빙하에 꽤 오래 빠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추위를 남들보다 훨씬 더 타고 모든 동물을, 특히 새를 엄청나게 무서워 하면서.

 

가보지 못한, 가보지 못할, 이제는 의지로도 절대 가지 않을 곳의 풍경과 삶과 그곳에서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아들에 대한 사랑 정도를 기대하고 가볍게 펴든 책인데, 어렵거나 두꺼운 책이 아닌데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기상 공무원으로 일하다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퇴직한 이야기도, 남극 세종과학기지 연구대원으로 10년 전에 1, 10년이 흘러 또 1년 활동한 이야기도, 하나뿐인 아들과의 세계여행 이야기도 다 흥미로운 것은 분명한데 그 사이사이에 비치는 저자의 너무나 외롭고 고달팠던 삶이 참 아프다. 그래서 멈추고 피하다 다시 읽고 멈추고, 이렇게 천천히 읽은 책도 오랜만이다.

 

성인이 되어 군대에서도 조직에서도 주위에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 일에 번아웃을 겪고 힘들어한 것이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 차치하고라도, 어려서 부모의 사랑에도, 먹고 사는 것에도 결핍투성이로 살았던 저자가 인간적으로 참 안됐다.

어릴 때는 엄마 아빠, 가족의 품 안에서 마냥 편하게 뛰어놀 수 있어야 하는데, 가난과 외로움 속에 모든 것을 자기 힘으로 다 해내며 살아왔으면서 세상을 여전히 예쁘게 보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좋은 어른이 되었다니,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사랑을 배워 사랑 주는 어른이 되었다니, 대단하다.

 

생판 남인 나도 저자의 고난이 안쓰러운데 그의 어린 아들이 아빠의 이 일기를 읽으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의 아들이 아빠가 겪었던 고독과 슬픔보다 자신에 대한 아빠의 애틋함, 아빠가 자신을 두고 한 굳은 다짐, 그리움과 사랑의 깊이에만 더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하움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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