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김희숙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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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게 뭔지도 모르면서 남들과 다르게, 특별하게 사는 것만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쉽지 않다.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나보다 먼저 인생을 출발한 이들의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을 좀 살아 본 이제는 잘 안다. 평범과 보통이 얼마나 엄격한 기준인지, 무난하고 무탈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커다란 이벤트성의 기쁨보다 자잘한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것이 더 궁극적인 행복이라고들 한다. 책의 초반에는 불평도 불만도 아쉬움도 서운함도 섞인 이 평범한 일기가 행복을 말하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 한 편 한 편 글을 마저 읽어가며 깨닫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평범함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행복은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어 열심히 찾아 헤매야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가족과 함께 좋아하는 음식을 두고 둘러앉은 저녁 시간, 정성으로 농사지은 싱싱한 채소를 잔뜩 안겨준 이웃집 할머니 덕에 계획에도 없던 김치를 남편과 오손도손 한밤중까지 담근 일, 그 밤에 전화해 김치 레시피를 물을 엄마가 계신다는 것, 내가 가치를 부여하고 행복이라 느끼면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이 더 이상 사소하지 않다.

젊은이(4, 50대도 물론 충분히 젊지만!)가 같은 내용으로 행복을 말했다면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직장생활도 가사도 열심히, 남편과 두 자녀, 부모를 챙기며 열심히 살아온,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중년 여성의 글이기에 글에서 나의 엄마가 보이고, 미래의 내가 보이기도 했다. 행복을 말하면서도 솔직하게 고백하는 후회, 불안, 걱정, 허무 등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반차 내고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려다가 길에서 남편에게 '발견 당한' 일, 시장에서 마지막 족발 세 팩을 사버려 뒤에 서 있던 임산부가 아쉬워하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그 집 첫째 아이에게 족발 한 팩을 건네고 엄마랑 맛있게 먹으라던 것, 귀엽고 정 넘치는 에피소드들에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책을 읽은 누구나 생각해 보게 되겠지.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출판사(클북)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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