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
김이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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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다정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편하다는 이유로 나를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남에게보다 못하는 날들이 많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나서 슬퍼하며 후회하지 말고 곁에 함께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라고 지금 이 책을 만났나 보다.

 

여든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엄마. 엄마를 돌아보며, 엄마와의 시간을 돌아보며 적어 내려간 딸의 애도 기록.

나 역시 한 명의 딸로서, 엄마가 그렇게 가시고 자식들이, 배우자가 어떤 마음 어떤 생각이었을지를 헤아려 보려 하지만 도저히 가늠도 되지 않는다.

 

평생을 학업과 일에 매달려 바쁘게 살아온 똑똑한 딸, 엄마가 신경 쓸 것 하나 없이 뭐든 알아서 잘 해내던, 사회생활은 프로지만 가족에게 살갑지는 못했던 딸. 엄마가 떠나버리고 그 딸은 그제야 그 자리에 멈춰 엄마와 아버지를, 가족들을, 자신을 가만히 바라본다. 엄마를 온전히 애도하고 변화하는 일이 앞으로 남은 생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출발이자, 엄마가 자신에게 바라는 일이라 믿으며.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 엄마가 어떤 분이었을지 작가가 어떤 딸이었을지 충분히 그려볼 수 있었다. '마음은 아닌데 서로 간 표현은 무뚝뚝한 모녀'의 전형이 아니었을까. 마치 나와 엄마처럼. '엄마는 몰라도 돼. 엄마는 모르잖아.' 말만 안 했을 뿐 나 혼자 고민하고 끙끙 앓던 시간들을 엄마가 과연 몰랐을까.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과 희생 속에 온실 속 화초로 자랐으면서, 세상 똑똑한 척 다 하며 언제나 내 편인 부모를 외롭게 했다. 

나이를 먹고 삶의 단계 단계 변화를 겪으며 엄마와 아빠를 전보다는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성질대로 살다가도 문득, '그들의 짝사랑에 십만분의 일이라도 돌려 드리고 싶다' 하는 마음이 그래도 가끔은 든다.

 

고마움, 미안함, 아쉬움과 후회. 엄마에게 드는 작가의 감정들은 책을 읽는 모두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앞으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목소리로 엄마 아빠를 대할지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

엄마가 떠나고 홀로 남은 아버지와 더 가까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작가.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던 아버지가 그래도 꿋꿋이 살아가심에 감사한다. 어릴 적 만나 평생을 함께하던 가장 가까운 친구를 잃은 작가의 아버지에게 나 역시 자꾸 마음이 간다. 먼저 떠난 엄마가 그곳에서 내려다보며 덜 미안해하도록 잘 지내시기를, 엄마 몫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며 자식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시기를 바란다.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며, 이번 생에도 그 편에 서 있어야겠다.



출판사(샘터)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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