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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죽었대
리안 장 지음, 김영옥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8월
평점 :
어릴 적 부모의 죽음으로 각자 다른 가정으로 흩어져 살아온 쌍둥이 자매 줄리와 클로이. 줄리는 이모의 끊임없는 학대를 견뎌 내며 그야말로 근근이 지냈고, 클로이는 백인 부자 부부에게 입양돼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쌍둥이치고도 너무나 똑 닮은 외모 때문에 자주 클로이로 오해받곤 하던 줄리는 어쩔 수 없이 언니 클로이와 자신의 삶을 비교하곤 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았을 텐데….
협찬과 사람들의 관심을 겨냥한 클로이의 영상 콘텐츠 '쌍둥이 동생과의 감동적인 재회' 촬영 이후 클로이는 곧 줄리를 잊었고 가족애, 자매애를 기대했던 줄리는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런 일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 너머에서 숨이 넘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미안하다 말하는 클로이가 걱정돼서라기보다는 그저 호기심에 클로이의 집을 찾은 줄리는 언니의 시체와 마주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얼떨결에 신고인인 자신이 클로이, 죽은 이가 동생 줄리라고 말해 버리고 만 줄리, 그리고 페이스 아이디로 열린 클로이의 휴대폰. 그렇게 줄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클로이' 언니의 삶을 통째로 훔친다.
그저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보였던 인플루언서의 삶, 줄리는 제아무리 세상 풍파 다 겪어 본 자신이라도 그냥 버텨내기 힘들 정도로 구역질 나는 사람들, 엄청난 상황들을 맞닥뜨린다. 대단한 인플루언서로, 내가 동경해 온 저들처럼 살려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구나 싶은.
딱 속도 빠른 미국 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 《더 코워커》 감상평과 비슷한 표현인데, 둘 다 인물들이 비정상적인 가운데 이번 《J가 죽었대》의 내용을 더 견디기 힘들었다. 비위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인간의 욕망은 정말 끝이 없고, 그 욕망 추구의 한 가운데 서게 되면 스스로 뭘 하고 있는 건지도 잊어버리는 듯하다. 대체 돈이 뭐고, 대중의 관심이 뭔지, 맹목적이고 찐득한 소속감이 뭔지 사람이 이렇게까지….
몰입감이 엄청나다. 작가가 실제로 스킨케어 콘텐츠 크리에이터였다는데, 극사실주의 소설인가 보다. 그저 재미있는 스릴러라 기대했는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결말까지 굉장히 충격적인, 풍자소설. 그 대상이 무엇이든 누구이든 지나친 집착은 위험하다. 소중한 것들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