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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인을 마주할 때 -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타인과 편안하게 공존하는 법
아돌프 크니게 지음, 박상미 옮김 / 저녁달 / 2025년 6월
평점 :
수천 년 전의 수메르 점토판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적혀 있다지.
세상이 이렇게 변했어도 사람 사는 것,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크게 변함이 없나 보다. 18세기 독일 작가의 책 속 '사람', '인간관계' 이야기는 25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딱히 이질감이 없다.
처세술을 말하는 책에는 큰 흥미가 없지만 국내 최초 무삭제 완역본인데다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익숙한 박상미 심리상담가의 번역이라는 데에 끌려 읽게 된 책. 시작부터 느꼈다. 단순히 가볍게 처세술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는 걸.
출판사의 책 소개글 중에 '관계의 내비게이션 같은 고전'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듯한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신분, 성별 등에 있어서는 쓰인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고 가볍게 넘길 것은 넘기면서 보았다. 250년 전 쓰인 책의 무삭제본이니 응? 이게 뭐야, 싶어도 어쩔 수 없다.
책의 짜임은 진짜 무슨 참고서 같다.
모든 것은 나에게서 비롯된다며 나 자신을 아끼고 스스로와 잘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뻔하지만 가장 핵심. '나와 잘 지내는 기술'이라 적어 주니 잘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세대 간, 가족 간, 부부 간, 연인 간, 친구 간에 어떤 태도로 서로를 어떻게 대하라는 내용을 담은 책들은 여럿 접했지만,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 처세,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 거리 그 심리까지 다루어 주는 책, 의사를 만날 때 법률가를 만날 때 어떻게 말하고 행하는 게 좋을지까지 조언하는 책, 아주 신선했다.
각 챕터의 제목만 주욱 읽어 봐도 번역과 편집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겠다.
가장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은 내용은 1부 인간관계의 원칙 중에 <기질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법>.
야망이 큰 사람과, 허영심이 강한 사람과, 쉽게 상처받는 사람과, 고집이 센 사람과...
그렇게 기질이 제각각인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상세히 제시한다. 시비를 걸고 트집 잡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대하는 법을, 뻔뻔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질투하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그 많은 처세 방법을 진작 알고 따랐다면 어떤 시간들을 어쩌면 조금 더 수월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작가 스스로 인간관계에 서투르다 생각했다는데, 타인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사랑하며 살고 싶은 마음에 더 멀리 돌아보고 더 깊게 고민하며 결국 이렇게나 엄청난 통찰에 이르렀나 보다.
그때도 지금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세상 제일 어려운 건 '사람'일 듯. 인간관계에는 필연적으로 피로가 따른다.
그래도 이 책을 만났으니, 이제 이해되지 않는 사람과의 껄끄럽고 불편한 관계가 생긴대도 책에서 해답을 얻어 조금은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혹은 단호히 끊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출판사(저녁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veningmoon_b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