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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황영미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5월
평점 :
콱 죽어버릴 수는 없으니 딱 십 년만 잠들었다 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는 홍지민, 열다섯 중학생입니다. 십 년 후에 깨어났을 땐 같이 밥 먹을 친구 하나 없어서 혼급식 방법을 연구할 일도 없겠죠. 그냥 보통의 어른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냥 불편한 순간을 어물쩍 넘겨 보려던 건데 어쩌다 보니 재벌집 손녀라고 거짓말을 한 게 되어버렸어요. 성적도 외모도 집안도 별로인데 어느새 ‘허언증 환자’까지 되어 버린 나만 쏙 빼고 몰려다니는 반 여자 아이들 앞에 당당히 혼자 밥 먹을 용기가 없네요. 지금보다 좀 편하게 점심시간을 보내보려 찾게 된 도서관, 책이라는 게, 읽다 보니 재미있구나.
그러다 동아리 부원 모집 중이던 현서의 권유로 고전 읽기 동아리에 함께하게 됐어요. 부회장인 현서는 누가 봐도 인정할 엄친딸입니다. 빠지는 것 없이 잘나기만 했는데 성격까지 솔직하고 털털해요. 그리고 도서관에서 몇 번 마주치다 동아리에서 가까워진 태오, 나는 태오가 좋아요. 태오의 모습도, 그 아이의 생각도 너무 이상적이에요. 태오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좋아한다고 고백할 수 있을까요? 언제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예요? 태오도 나를 좋아해 줄까요? 현서만큼 잘난 게 하나 없는 나라도?
친구도 많지 않고 딱히 잘하는 것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는 지민은 자신을 ‘사람에게도 급이 있다면 나는 중간 이하’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른인 제가 보아선 너무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대단한 아이예요. 힘들다고도 느낄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주눅 들지 않고 의연하며, 다른 친구의 고민까지 꿰뚫어 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눈도 마음도 넓은 아이.
열다섯의 지민은 자신의 강점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겠지만, 자기 긍정과 당당함과 편견 없는 생각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그럴 수도 있다’는 이해심,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단단한 삶의 뿌리인지 지금의 저는 잘 알지요.
사람의 모습과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기에, 나에게 향하는 세상의 어떤 부정적인 말들이 반드시 나를 탓하거나 비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불안하지 않을 거예요. 덜 상처받으며 살아갈 거예요.
이 아이가 앞으로 세상을 얼마나 재미있게 살아갈지, 얼마나 괜찮은 어른으로 자랄지 기대가 되어 책을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출판사(우리학교)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woorischool

